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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Nov 24. 2023

오늘을 쓴다

0530

더 이상 변명은 없다.

오늘을 써 내려가야 한다.

오늘을 잘 썼으면 오늘에 대한 기록을 남겨야 한다.

잘 살았으면 잘 써야 한다.

오늘을 쓴 자는 오늘을 써야 한다.

사용과 기록은 가까워서 그렇다.

둘 다 쓴다고 한다.

쓰고 나서는 남겨놓아야 하는 것이 글이다.

너무 과도하게 오늘을 쓰고 나면 쓸 기운이 남지 않아서 쓰지 못하고

너무 기록에 매진하면 오늘을 오롯이 사용하지 못한 후회가 남는다.

적당하게 쓴 경우에만 써내려 갈 수 있는지도 모른다.

글쓰기는 결국 균형의 보고서


글을 씀으로 해서 나의 하루를 측정한다.

오늘은 어찌 살았는지.

오늘은 얼마큼 살았는지.

오늘은 어떻게 살았는지.

오늘은 왜 살았는지.

오늘은 어디서 살았는지.

오늘은 누구와 살았는지.

오늘은 제때 살았는지.

모두 글을 쓰면서 결산한다.

그렇지 않다면 왜 '쓴다'라고 단정 지어 말할 수 있는가.

하루를 사용할 때는 '쓴다'가 발바닥을 땅에 강하게 누르는 것 같고

글을 기록할 때의 '쓴다'는 펜이 종이를 강하게 누르는 것 같다.

둘 다 아래로 누르는 힘.

산다는 것은 중력에 힘입어
나의 발과 손을 바닥에 수직으로 긁는 것

글을 쓰면서 삶을 간간히 훔쳐본다.

하루를 쓰면서 활자를 꾸준히 낚아 챈다.


오늘을 기어이 살아 냈듯이

글쓰기도 기필코 놓치지 않는다.


https://brunch.co.kr/@voice4u/138



사진제공- 백록담(희수공원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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