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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Dec 01. 2023

십이월 본색

0537

12월은 내년을 연습하는 달


지난 열한 달을 살아온 것을 정리하거나 결산하기에도 적합하지만 12월을 그렇게 쓰기에는 지극히 아까운 달이다.


12월은 是非月이 아니다.

시시비비에 마음을 뺏기지 않아야 한다.

그다음이 13월이 아니 옴에 깊이 성찰하기에 좋은 달이다.

당연한 것은 애초부터 없다.


12월은 벼랑 끝에 선 기분이다.

다시 바닥으로 추락할 각오를 다지는 시간이다.

다시 시작하려면 연습이 필요하다.

나아감은 돌아옴을 전제한다.

마치 야구를 닮았다.

달려서 도착하는 곳은 늘 Home이다.


12월은 지우개보다 신발끈이다.

아쉽고 부족했던 순간들을 잊지 않고 가던 걸음 멈춰 한쪽 무릎을 땅에 붙이고 느슨해진 신발을 겸허하게 고쳐 신는 달이다.


https://brunch.co.kr/@voice4u/279


12월은 조급하게 다그치지만 성급한 제스처를 조심하기로 한다.


가장 느린 걸음을 걸으면서 가장 조밀한 생각이 될 것이다.


새로운 해 앞에서 낡아지지 않으려면 글을 써야 한다.


새로운 시간 앞에서 뻔해지지 않으려면 글쓰기를 멈추지 않아야 한다.


입은 굳게 닫고 손에 펜을 쥔다.


부끄러움은 늘 혀끝에서 탄생했다.


수치를 대변해 주는 건 아이러니하게도 침묵이다.


글쓰기는 발화와 침묵의 사이에 있다.


12월은 소멸과 생성의 시간 사이에 있다.


어설프게라도 연습하지 않으면 이도저도 아닌 시간을 허비하게 하는 기묘한 12월의 첫날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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