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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Jan 30. 2024

랭보의 충고

0597

글쓰기는 재발명되어야 해


백 오십 년 전 랭보가 현재의 만연한 글쓰기 문화를 본다면 이렇게 말하지 않을까.


닳고 닳은 사랑을 두고 사랑의 재발명을 촉구했던 그가 아닌가.


방점은 재발명에 있다.

기존에 없던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 발명이라면 기존의 패러다임을 뒤엎는 것이 재발명일 게다.


온갖 글쓰기 가이드가 난무하고 글 쓰는 것이 인간이 가진 최선의 표현능력인 듯 몰아세운다.


글쓰기가 모두에게 가능하지도 않으며 그럴 필요도 없다.

누구는 몸이 붓이 되어 춤으로 글을 쓰기도 하고

누구나 목이 펜이 되어 노래로 글을 쓰기도 한다.


어쩌면 글을 쓰는 것은 다른 몸짓과 소리짓이 불가능한 자의 절박한 행위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글쓰기가 특별한 능력이라기보다는 특수한 상황에 더 가깝게 놓여있다.


그러니 글쓰기를 촉발하고 부추기려면 그럴듯한 방법보다는 자신의 처지를 살피게 하고 걸음의 보폭을 관찰케 하는 편이 수월하다.


글을 쓰려면 자기 자신을 완전히 알아야 해


실체는 나를 온전히 아는 것이고 글쓰기는 완전한 그림자일 것이다.


글쓰기 방법론이 나를 아는 방법이 아니라면 이는 얼마나 부질없는 헛수고인가.

그림자를 치장하는 행위가 글쓰기 요령이냐고 랭보가 조롱할 것 같다.


글쓰기는 걷기와 같다.

이미 직립보행을 시작한 이에게 걸음걸이를 가르치지 않는다.

자세를 잡아줄 필요가 있다면 특별한 직종에 한정된다.

대부분은 그저 걸어가면 그게 걷는 것이다.

오래 걷고 말고는 육체의 주인인 나 자신의 의지에 있다.

건강을 위해 걷는지

차가 없어서 걷는지

기분전환으로 걷는지

뛰다가 지쳐 걷는지

거기에 어떤 요령이 자리할 틈이 있는가.


결국 글쓰기는 내 몸이 하는 일이고 내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아무리 타인의 경험이 탁월하다해도 내 감각을 결코 대신할 수 없다.


https://brunch.co.kr/@voice4u/5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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