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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Feb 11. 2024

걷다가 독백

0609

어두워지고 다시 밝아지고

추웠다가 다시 따뜻해지고

지쳤다가 다시 기운차리고

피었다가 다시 시들어지고


이를 반복하면서 닳고 낡고 늙는다.


하늘은 여전히 높고 푸르다

산은 기필코 깊고 푸르르다

바다는 어차피 넓고 푸르다


이를 유지하면서 영원히 그대로다.


나는 사이 어디엔가 엉거주춤 존재한다.

그래서 지독하게 고독한 자세를 지닌다.


불멸하고픈 찰나의 기대들이 켜켜이 쌓이고

소멸하려는 지속의 불안들이 층층이 겹친다


몰라도 너무 몰랐고

알아도 너무 알았던


이럴 거면 탈주의 비행을 계획했어야 했는데

중력은 단호했고 관성은 거침없이 성실했다.


이러나저러나 몸을 일으켜 세운다.

슬프지 않을 만큼만 거리로 나선다.


https://brunch.co.kr/@voice4u/378

바다가 보고 싶다더니 바다가 보이지 않는 도시로 가는 차표를 끊는다. 이유를 묻자 보고 싶다고 했지 가고 싶다고 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보고 싶은 것은 가고 싶은 것과 같은 줄 알았는데 그렇지가 않다. 하기사 보고 싶다고 매번 떠나야 한다면 거리와 도로는 연중 내내 불통일 것이다. 아니길 다행이다.


내가 아직도 떠나지 못하는 건 욕망의 동사를 고집스럽게 바꾸지 않은 탓이다.


뚜벅뚜벅

왼발 오른발

걸으면서 중얼거린다


무엇에 집중할 것인가

무엇을 포기할 것인가


돌아가면 거울을 보며 뼈 속까지 바라봐야겠다.


골똘히 보면 지도가 선명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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