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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Mar 06. 2024

가리어진 길

0633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할 때에는 질문을 살짝 바꿔본다.


왜 하려는 것인가


섣불리 내달리려는 발걸음이 움찔하며 멈춘다.


부적절한 의욕이 재배치되고 무책임한 요령의 신세로부터 자유로워진다.


저만치 바라보던 시선을 거두고 뒤와 아래를 살핀다.


결국 절박함과 절실함은 방법보다 이유에 더 많이 묻어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내가 이루지 못한 것들의 대다수는 어찌해야 할지 몰라서가 아니라 왜 해야 하는지를 충분히 가지지 못한 것들이었다.


이유는 나만의 길을 내가 내는 힘을 가진다.


세상에 없는 길이다.


막히지도 않고 채이지도 않는다.


그래서 길은 가고 난 후에 보이는 길이 참길이다.



존재가 이유이기도 하다.


나 혹은 타자 자체가 이유가 된다.


길을 존재에서 발견하기도 하고 잃어버리기도 한다.


왜 하는가의 질문은 존재를 보듬고 더듬는 일이기에 밖이 아닌 안쪽의 문제가 된다.


아직 감겨있는 내면의 주름을 살피는 일이다.


'어떻게'로의 순서는 이후의 단계다.


감긴 것의 성질을 모르고 펼쳐내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우리는 매번 어찌할 줄 모르는 것이다.


어쩌면
내 안의 모든 길은
가려진 것이 아니라 감겨있었던 것이다





덧말>>>
'가리워지다'는 '가리어지다'의 비표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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