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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Mar 07. 2024

기분의 정처

0634

흩날린다

흩어진다


기분이 정처 없다.


어차피 땅에 발붙이고 있지 못할 바에

차라리 날개를 달아 훨훨 날아가버려.


기분을 마음 옆에 수시로 붙여놓아도

포스트잇처럼 수시로 탈부착이 된다.


실대신 바늘귀에 꿰어 옆구리에 꿰맬까.


기분은 살랑거리는 게 습성이니까 고정은 불가하고 어느 용기에 담아두는 것이 좋을까.


그릇은 닭장만큼 커야 하고 기분이 상하지 않게 통풍도 가능해야 할 것이다.


기분이 습하지 않게 제습기를 옆에 두고 기분이 수시로 틀어지지 않게 곁에 파수꾼도 있어야 해.


기분은 어디서 태어나 어디로 생을 마감하는가.


기분은 매일 길 떠나는 방랑자이자 나그네인가.


오전에 안전했던 기분이

오후에는 위태로운 국면


날씨보다 변덕스럽고

구름보다 지멋대로다


기분의 천방지축 운동에너지로 발전기를 돌린다면 서울시내 가로등불을 모두 켜고도 남을 정도이다.


기분이 한자리에 자리잡지 못하는 것도 질병일까.


약사는 한참을 갸웃하다가 박카스 한 병을 냉장고에서 꺼내 건넨다.


기분이 묘하다.


이건 내 기분에 대한 처방이 아니라 약사의 기분이 반영된 것이 분명하다.


가만히 기분을 잊고 있다 보면 얼마 지나지 않아 좋아질 것이다.


기분이 그러겠노라고 방금 기분이 내게 속삭였다.


기분 나쁘게 귀를 당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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