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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Apr 22. 2024

매 순간 날씨

0680

내가 지금 있는 곳의 기온은 영상 14도.

체감온도 영상 12도.

차츰 서늘해지는 저녁이고 겉옷은 필수이다.

다소 강한 바람이 이어질 예정이라는 예보는 다정스럽다.

일몰시간인 오후 7시 9분을 기점으로 한 시간마다 1도씩 기온이 떨어지다가 오후 10시 이후부터는 내일 오전 7시까지 영상 11도를 유지한다.

내일의 해는 오늘보다 1분 이른 시각인 오전 5시 39분에 떠오른다.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는 좋음 상태이고 자외선지수는 낮고 습도는 86%로 높다.

바람은 초속 4m의 속도로 불고 있다.

비 올 확률은 현재 30% 가능성을 가지고 있으니 맑음과 다르지 않다.


딱 생존하기에 알맞은 조건에 내가 자리하고 있다.

환경이 이토록 좋아도 마음에 적절한 조건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어서 속상하다.


나의 밖에서 일어나는 것도 불가항력의 영역

나의 안에서 일어나는 것도 우연의 영역이어서 예보도 소용없고 다짐도 소용없다.



바꿀 수 없는 것이 너무 많아서 바꾸라고 세상은 아우성하고 부추기고 격려하는가 보다.

나몰래 바뀌는 것이 너무 많아서 붙잡으라고 사로잡히라고 주문을 걸고 믿어버리나보다.


날씨처럼 살아야 되는데

계절처럼 죽어야 하는데


바뀌지 않으면 날씨가 아닌 것이고

머무르면 그것또한 마음이 아닌 것이어서


달라지는 것을 두려워말고 잘 달라지는 것을 고민하리라.

내 것이 아닌 것을 낯설어말고 소유의 불가능을 기꺼이 수용하리라.


방금 바람이 방향을 튼다.

바람도 지루한 몸짓을 싫어해서 자주 몸을 틀어본다.


마음은 바람을 흉내내기 좋아해 속도를 가지기도 하고 방향을 가지기도 한다.

마음은 자유로운 바람을 닮고 싶어서 온도를 가지기도 하고 힘을 부리기도 한다.


어차피 매 순간 날씨처럼 내 마음에도 바람이 일고 구름이 피어오르고 햇살이 내리쬔다.


누구의 날씨도 같은 자리에서 똑같은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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