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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Apr 26. 2024

글쓰기 비밀 III

0684

보이는 것을 보이는 대로 두고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지 않은 채로 두기는 쉽다.


글쓰기도 이러한 원리에 준하면 그리 무리가 없다.


좀 더 나은 글쓰기는 보이는 것을 보이지 않는 행간으로 옮기고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는 활자로 바꾸는 데 있다.


거기에는 통찰과 상상이 요구된다.


지루한 관찰 끝에 다다른 통찰이 있는 그대로의 날 것들을 훼손하지 않고 숙성시킨다.


고단한 생각 끝에 붙잡은 상상이 지상에 붙박인 만물들을 힘들이지 않고 비상시킨다.


어차피 글쓰기는
얼마나 깊이 파냐의 삽질 놀이


얄팍한 요령만으로는 곳곳에 박힌 암반들을 뚫지 못하고 이내 지치게 한다.



언어는 자체가 성글어서 아무리 꼼꼼하게 서술해도 달빛하나 온전히 그려내지 못한다.


달무리와 달 주변의 인상 그리고 달을 바라보는 이는 심정과 정서와 처지가 지금의 달빛을 조금 어슴푸레 묘사해 낼 뿐이다.


이때 보이는 것들의 정보는 얼마나 빈곤한가.


크게 보는 것이 아니라 길게 보는 것이 유리해진다.


보이는 것만으로는 너무 빈약해서

시를 빌어오고

기억을 빌어오고

전설을 빌어오고

가본 적 없는 스페이스를 빌어오고

만져본 적 없는 춘향이의 뒤통수를 빌어온다


어차피 글쓰기는 일루션 매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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