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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May 24. 2024

매거진 토크

0712

소설가들의 집단 토크가 열렸다.


어느 문학잡지에 실린 소설가들을 한데 모아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다.(같은 직종의 인간들을 같은 장소에 모으는 건 묘하게 거칠고 위태롭다)


학익진 대형으로 소설가스러운 표정을 하고 앉아있다.


무엇을 얘기해도 믿게 만들겠다는 결의는 보이지 않는다.


손으로 얘기하는 것과 입으로 얘기하는 것은 소쩍새와 바다거북의 차이만큼 별개다.


첫 발언이 첫인상임을 알기에 이를 염려하며 드러내는 무리한 겸손이 우습다.


퇴고에 익숙한 이들이라 수정불가한 형식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공포스러워하는 듯하다.


그 태도가 너무 엉성해도 너무 노련해도 그가 쓴 소설은 읽고 싶지가 않다는 편견이 자리한다.


떠나고 난 자리에 떨어져 있는 단어와 낱말, 그리고 만지작거리다 구겨놓은 문장들을 하나씩 줍는다.


행사에서 서로가 꺼내놓은 말들보다 쓸만해 보여 머쓱하다.


가지 않은 두 번째 길이 나쁘지 않은 걸 보니 소설가들도 언어의 선택에 서툴기는 매한가지다.


소설가는 없어서 몰랐을 이야기를 있어도 괜찮은 이야기로 세상에 안기는 이들이다.


상상 너머의 덕목이 요구된다.


무에서 유로의 전환만으로 대단한 능력은 아니다.


차라리 존재했으나 하찮게 치부된 것들에 대한 새로운 시선이 더 놀라울 수 있다.


어디서 들은 이야기는 어디서도 듣고 싶지 않다.


커다란 장미꽃잎들이 떨어져 있는 길을 걸으며


소설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라는 말을 들으면 소설가들은 어떤 반응을 할까 문득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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