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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Jun 03. 2024

개미약 할매

0722

개미약 사이소


시장 초입 바닥에 앉아 개미약을 파는 할머니가 개미 같은 소리로 발목을 잡는다.


약이라면 개미를


살리는 약인가요
죽이는 약인가요


베짱이 같은 표정으로 우문을 던진다.


도시에서 개미가 살고 있다면 귀한 생명체 아닌가.


혹시 한 마리라도 살아 있다면 모셔다가 포대기에 업어 키워야 하지 않을까.


개미가 있으면 바퀴벌레도 있어


개미가 익충인 줄 알았는데 해충이구나.


보이는 개미는 정찰 개미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는 더 많은 개미들이 살고 있다고 어설프게 죽이면 여왕개미가 더 낳을 거라고 개미약 할머니는 이미 개미학 박사이다.


시장 바닥에서 모르는 게 없는 부리부리 박사님을 만난 셈이다.


위장해서 죽일 거야


할머니의 눈매가 날카롭게 변한다.


콜라에 이 과립을 타서 개미가 잘 다니는 곳에 놓아두면 2-3일 후에 개체수가 현저하게 줄어든단다.


애벌레에서 부화하느라 먹이약을 놓친 녀석들은 위해 사흘 후에 한 번 더 작전을 수행해 봐.


할머니는 지금 개미들의 세상에서 강력범으로 수배중일 것 같다.


어린 시절 동화책에서 개미를 죽이는 방법으로 옥수수를 먹이는 이야기를 본 적이 있다.


옥수수를 먹은 개미들의 몸에서 옥수수가 불어서 팝콘처럼 터져 죽는다는 이야기를 믿었다.


쪼그리고 앉아 있는 할머니는 개미학자 Myrmecologist임에 틀림없다.


에드워드 윌슨과 베르트 휠도블러가 그녀의 동기일지도 모른다.


할머니의 머리를 쪽 집고 있는 집게의 무늬가 거미모양이다.


역시 개미의 천적이 되기에 충분한 조건을 지닌 할머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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