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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Jun 04. 2024

허다한 허무

0723

원하다가 원망하고는

기대다가 기대하듯이

타자는 나의 표상들이다.


왼손으로 그리다가

오른손으로 고치고

양손으로 지워버린다.


지치도록 그리워하고

완벽하게 허물어지고

최후에 시어로 추방한다.


나도 모르면서

남을 알려했으니

저주는 당연한 수순.


달의 정면을 바라보며 달의 후면이 궁금해진다.


달의 뒤에는 무엇이 있을까.


나의 심각한 물음에 비비가 하찮게 답한다.



달뒤 달뒤 달뒤 달뒤 달뒤 달뒤 달뒤 단 밤양갱


달 뒤에는 밤양갱이 있었을 줄이야.


인생처럼 우주도 허무하다.


심각하게 쥐고 있는 질문에 대해 누군가는 손쉽게 답하는 일은 허다하다.


세상이 온통 가치로 가득 차 있을 거라는 믿음을 자주 폐기해야 한다.


그래서 글을 쓴다.


글로 쓰지 않으면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허무의 집으로 돌아가고 눈에 보이지 않는 모든 것들이 망각의 상자에 숨어서 결코 나오지 않을 테니까.


오늘은 구멍가게에서 산 밤양갱을 입에 물고 낮달을 바라보며 달의 뒤편에 있을지도 모를 밤양갱을 그리워해 보아야겠다.


가만 보니 달토끼가 들고 있는 절구가 밤양갱처럼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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