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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Jun 15. 2024

그게 바로 나

0734

가장 슬픈 순간을 떠올리고


등장인물과 배경을 교체해


색과 시간을 지우고 삭제해



감정은 조건에 잠깐 순응하고


의젓한 표정을 하고 사라지니


오래 붙잡고 있기엔 허술하지



요 며칠 아버지뻘 되는 입센을 폄하하는 체호프의 모습이 눈앞에서 떠나지 않는다.


당신 이야기는 순전히 엉터리야 삶의 비밀이 어떻게 그렇게 손쉽게 술술 풀린다고 생각해 난 인생이 여전히 수수께끼 투성인 걸 수많은 질문들에 온통 '잘 모르겠음'으로 답안을 채울 수밖에



명징한 것 앞에 편안해지는 탓에 저 마음껏 흐르고 있는 구름도 바라보지 않는 것일까.


신속한 것에 우월함을 느껴 저 아름답게 굽이치는 골목들을 지워버린 걸까.


내가 누구인지 알려면 쉬운 방법이 있지.


아침에 눈을 떠 처음 잡는 사물

하루중 가장 많이 말한 단어들

불쑥불쑥 수시로 떠오르는 얼굴들

뛰지않고 걸어간 걸음 수

24시간 동안 섭취한 음식들을 가나다 순으로 늘어놓고 그 사이에 네가 전화기로 타전한 무수한 메세지들을 차분하게 끼어 넣어 봐


그게 바로 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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