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희수공원 Jun 15. 2024

어떤 그리움

커피문고, 그리고 그 라떼

동주의 이야기에 제 심장을 꽉 잡아 쥐는 듯했습니다. 제 생각이 다른 이의 손 끝으로 글이 되어 현현해 놀랐습니다. - Starry Garden, 20240107


삶의 한 순간이 진하게 농축되는 그 시간을 기억합니다. 제가 따라갔던 그 길들, 시동을 켜고 그저 그 오롯한 만남을 위해서만 달렸던 길 위의 흙먼지를 여전히 가슴에 담고 삽니다.


가끔 제가 쓴 짧은 소설들을 읽습니다. 진심이 아닌 것은 없었는지 이성으로 스캔도 해보고 마음을 뻥튀기한 부끄러움은 없었는지 감성으로 다시 읽습니다.


오늘 흐린 새벽, 문득 커피문고가 그립습니다. 그곳의 파스텔 불빛이 그립고 따뜻하고 풍성한 시선과 아기자기하게 놓여있던 책, 그리고 진한 커피문고 라떼가 마음을 흔듭니다. 그 라떼를 꼭 다시 마시고 싶어요.


커피문고를 다녀와 짧은 소설을 썼더군요. 제 글 읽으며 제가 찔끔거리는 이런 병적인 날도 있습니다.


자유를 향해 사는 민주, 다정한 아빠였던 준희, 매일매일이 좌절인 작가 동주, 한 사람을 보기 위해 두 눈을 포기한 나...


125년째 매년 같은 날 만나 또 다른 인생을 떠나는 네 명의 친구에 대한 이야기예요.



제가 썼던 답글에서 그날의 그리움과 제가 가야 할 길을 읽습니다.


어둑해지는 중간에 초록색 오우닝의 밝은 커피문고를 찾아내고는 가슴이 뛰었습니다. 불빛을 곧 볼 수 없을 거라 생각하니 문을 열면서부터 안타까웠어요. 그런데! 안에 계신 동생분의 표정에서 읽어낸 평온과 차분함에 저의 성급한 판단을 속으로 혼냈습니다.

세상이 급히 한쪽으로 처박혀가는 느낌입니다. 생각하며 다독여야 할 가치들이 무너지고 눈에 보이는 것만을 손에 쥐려는 탐욕이 급발진합니다. 가진 자들은 더 가지려 비열해지고 더 가지지 않아도 행복한 사람들을 들쑤십니다. 그런 세상을 조심조심 살아갑니다. 그런 세상에서 찾아낸 진심으로 글을 쓰시는 작가분들에게 제 삶을 걸었습니다. 그분들 위에서 제 삶의 가치를 찾아내며 차분히 걸어가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생명을 잇는 희망이 있다고 믿습니다.

어제 커피문고를 나오려 하는데, 어디에서 오셨는지요 물으시며 미소 짓는 동생분에게 꽤 머뭇머뭇했습니다. 흔적 없는 가치로 조용히 커피문고라는 시간과 공간에 머물다 오고 싶었습니다. 조용한 웃음과 대화가 제 인생을 살찌웠던 시간으로 기억하고 싶었습니다. 어쩌면 비겁한 시간이 될 뻔했습니다.

'희수공원'이라고 말하는 순간, 저는 단단하게 세상 한편을 지탱해야 할 책임이 더 무거워진 것을 압니다. 진지하게 고민하며 세상을 사랑하며 살겠습니다. 따뜻한 눈빛과 미소로 맞아주셨던 동생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는 말씀 전합니다. - 희수공원, 20240107


매거진의 이전글 더워서 미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