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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Jun 28. 2024

계단이 좋다

0747


계단이 좋다.


에스컬레이터를 옆에 두고 계단을 선택한다.


나아가는 속도는 비슷하다.


기계의 속도는 인간의 걷는 속도에 맞추어 작동하고 있다.


타도 걸어도 도착시간은 같다.


계단으로 오르는 것이 좋다.


조금 힘이 들어서 좋다.


다 오른 후 뒤를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조금씩 올라갔는데 돌아보면 내 키를 훌쩍 뛰어넘는 게 놀랍다.


이렇게 오르면 어느 높은 곳이라도 다 오를 수 있을 것 같다.


계단은 티끌 모아 태산을 몸소 보여준다.



계단은 단계인 것 같다.


하나씩 오를 때마다 기분의 단계가 달라진다.


하나씩 오를 때마다 육체의 단계가 달라진다.


단계마다 관문이 있고 

단계마다 표정이 있고

단계마다 역할이 있다


계단은 건축에서 관절이다.

계단은 건물에서 사다리다.

계단은 층과 층 사이의 나룻배다.


계단을 비상시에만 사용하기에는 너무 아깝다.


계단의 소용돌이를 돌다 보면 상승과 하강의 우아함을 즐기게 된다.


계단에 근접한 창을 통해 각각의 이미지를 선물 받기도 한다.


방향을 고집하지 않지만
방향을 꾸준히 던져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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