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희수공원 Jun 29. 2024

잉크 온 바디

[책] 김현경 & 송재은 저, 2022, 웜그레이앤블루

[한국 여성 타투 이야기] 


호랑나비 백 마리 등짝에 똭! 타투하셔야


나비가 내게 어울릴까, 그것도 호랑나비라 한다. 그래서 이미지 여러 개 검색해 보고는 추천한 분에게 윙크를 보낸다. 콜! 크고 명확하고 흑백도 있다. 지금은 할 거야 안 할 거야 보다는 컬러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But, 등짝, 노!


아이의 팔에 달린 문자와 모스 부호에 근접으로 눈알을 굴리며 온기를 느껴본다. 숨 쉬는 따뜻함이 오르락내리락한다. 나의 타투도 저렇게 숨 쉬는 심장을 가지면 좋겠다. 산을 오르기 전에 타투를 할 것이냐 다녀온 후에 할 것이냐는 대강 예약해 둔 나의 타투이스트의 일정에 달려있다. 고객으로 마냥 기다린 게 일 년이 다 되어간다.


어느 산 정상에서 나비를 날려야지.




여성의 타투 이야기는 우울하고 외롭고 은밀하다. 사회가 그러라고 한다. 기본적으로 여성 남성을 나누어 이야기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나의 아버지는 나를 '사람'이라는 중성의 성으로 자라게 했다. 감사한다.


작년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손을 뻗어 집어든 책, '한국 여성 타투 이야기, INK ON BODY'였다. 내가 입을 타투에 흥분하고 있었던 때라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전혀 의도하지 않던 타투는 내가 가르치던 초등학교 3학년 아이에게서 왔다. 


'이거 개미 문신이에요?'


내 몸 어느 부위에 산만하게 흩어져있는 주근깨를 하나하나 만지며 아이가 말했다. 아이의 시선을 타고 내려온 그 천진한 '개미'라는 말에 슬쩍 웃었다. 그래, 개미라도 괜찮겠어. 타투를 해도 좋겠어. 그렇게 우연으로 왔다.


이 책에서 타투에 대해 이야기하는 여성들의 타투 이유와 무늬와 사회적 차별과 배척의 현상들을 보면서 다시 호모(Homo)라는 '사람속, ' 인간의 분류 꼭대기를 본다. 


호모사피엔스(Homosapiens)라는 현재의 인류는 호모(Homo), 라틴어 homos의 '같은(same)'이라는 의미를 지향한다. 고질병처럼. 헤테로사피엔스(Heterosapiens)에는 고개 돌리고 눈 감는다.


인간들은 누구를 경멸할지 알아내기 위해 사소한 차이점들을 냄새 맡는 데 천재적이다. - 스티븐 핑커

Humans are ingenious at sniffing out minor differences to figure out whom they should despise. - Steven Pinker


놀이터에서 목격할 수 있는 어떤 달콤한 장면이든간에, 그 밑에는 변화하는 서열과 동맹의 폭정이 깔려 있다. 여왕벌, 괴롭히는 아이들, 그리고 따르는 아이들이 있었다. - 미쉘 오바마

Whatever sweet scenes you might witness on a playground, beneath them, lay a tyranny of shifting hierarchies and alliances. There were queen bees, bullies, and followers. - Michelle Obama 


약하고 불안한 리더가 차이를 캐내게 하여 차별한다. 


다름을 인정하는 것, 불완전한 지금 내가 바라볼 수 있는 건, 그럴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고 믿는 어느 Homo, 즉, 같음을 추구하는 사람속의 후손 중 현존하는 인간 중에서도 아주 극소수의 마음만이 '다름을 인정할 날이 올 수도 있어.'라고 혼자 조용히 생각만 하다가 죽어가는 중일수도 있을 가능성을 생각하게 하는 그 짧은 시간 동안 그래도 다행이라며 가느다란 한숨을 쉬며 숨어 살고 있을지도 모를 헤테로사피엔스를 어디에선가 만날 수도 있다는 희망일 것이다.


슬프고 짠한 타투이야기는 이겨내려는 투쟁이었음을 안다. 용기임을 안다. 불안과 슬픔과 좌절과 분노를 타투에 묻기보다 지금 단 하나의 명함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빛으로의 타투를 지향한다.


나의 타투는 슬프지 않을 것이다.



책에 나온 타투(부위 생략) - 만년필 촉 안의 비행기, 필기체 문장 앞 장미 한송이, 코끼리(2), 라오스어 단어(평화), 나비(3), 고양이(9), 욕조에서 목욕하는 아이와 아빠, 영어 문장(2), 꽃 발찌, 모순 (양귀자 소설 제목), 책(2), 호랑이, 필기체 앞 해바라기, 연꽃, 용, 꽃, 다이아몬드, 다양한 작은 문양들(7), 파도, 부분 단면을 자른 구, 쌓여있는 컵, 만다라 패턴, 화살, 독수리, 코끼리 코를 가진 사람 얼굴, 염소, 얼굴(3), 새(4), 별이 빛나는 밤에(고흐 그림), 탄생화, 꽃다발, 타로 그림, 영어 필기체 문장, 아기 공룡 둘리, 한자어 이상(理想), 영어 P, 꽃(9), 몽당연필, 화병의 노란 장미, 영어 단어(2), 반지 선(3), 미용 가위, 초승달, 무지개 하트, 키스하기 전의 두 사람, 한자 단어, 나뭇가지(2), 영어 명언, 하트, 십자가, 라틴어(amor fati), 신화의 장면, 손잡은 두 여학생의 뒷모습, 한자어 안녕(安寧), 나무(2), 음표, 옆 모습의 남자 - 책에 나온 순서대로 주관적으로 기록함


매거진의 이전글 계단이 좋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