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숲오 eSOOPo Jun 27. 2024

잔인한 양면

0746

슬픔 아닌 것피해 이야기하려다 슬픔에 가 닿는 날에는 정강이까지 올라오는 푸른 양말을 신는다.


흔히  이 난감한 현상은 예고 없이 나타나 뻣뻣하게 내 앞에 서서 무어라 중얼거리며 서성거리곤 한다.


남몰래 밤새 지새우며 촘촘하게 뜨개질한 불안을 빨랫줄에 널어놓고 바라보니 투명하고 숭숭하다.


그대에게 줄 풍선을 들고 나갔다가

그대가 준 투포환을 안고 들어온다


웃음과 눈물은 태생이 같아서 그럴 거야


웃으며 안녕을 빌었지만

영원한 안녕이 될줄이야


양면이 있는 것들은 모조리 냉혹하고 잔인해서 이면지들을 모아다가 믹서기에 갈아버렸었다.


따라 마실 한 면만 있는 잔을 찾다가 찬장 한 면을 초토화시키고 주저앉아 무릎 하나 안고 울었다는.



거울 앞에 선다.


마음이 편안하다.


한 면만 볼 수 있다.


적어도 내 몸뚱아리 하나만큼은.


나의 양면을 동시에 보게 된다면 얼마나 경멸할까.


적어도 신은 그런 고통스러운 지옥으로 내몰진 않는다.


타인만이 나의 양면을 보고 나는 타인의 양면을 본다.


드디어 지옥의 문이 열리는 순간이다.


한쪽 눈을 감자 지옥이 사라진다.


한쪽이 되자 비로소 완전해졌다.



매거진의 이전글 하루 여섯 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