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여섯 알씩 매일이면 한 달 평균 30일이니까 180알이 필요하다. 30알이면 5일 동안 필요하니 열흘에 60알이면 된다. 60알을 12알로 나누면 5회가 된다. 한 번에 12알이 가능하니 열흘에 다섯 번, 음, 이틀에 한 번씩 불을 켜고 더 건강할 마음을 먹는다.
숫자로 계획하려니 머릿속에 슬슬 안개가 낀다. 그래도 더하기 빼기 곱하기 나누기를 잘해야 세상의 기본셈은 하며 무리 없이 살 수 있다.
가계부 쓰기를 포기한 건 덧샘 뺄셈에 실수가 많아서였다. 분명 다 썼는데 얼마간씩 비는 액수가 있으면 '떡사먹음'이라 쓰라는 규칙을 정해준 그는 가계부 한 페이지 군데군데를 장식하는 '떡사먹음'에 헛웃음을 치곤 했다.
진짜 떡이라도 사 먹었으면 덜 억울할 텐데 허수 같은 '떡사먹음' 기록에 스트레스 호르몬, 코티졸을 뿜으며 꽤 많은 시간을 보냈다. 포기했고 편해졌고 그가 나의 컴퓨터 중앙처리장치가 되었다.
더 오를 산이 있다. 한라산은 계속, 지리산은 도전, 2024년 목표다. 천왕봉 당일을 위해 근력 운동의 체계를 잡기로 했다.
단백질이 부족하단다. 고기도 안 먹고 단백질제는 챙기지도 못한다니 기가 찬 트레이너의 표정에 미안했다.
'그럼 달걀은 드시나요?'
'와, 달걀 엄청 좋아해요!'
'그럼 아침에 세 알, 저녁에 세 알로 하죠.'
기본 하루 필요 단백질이란다.
귓등으로 듣다가, 낯선 '알'이라는 단위가 마음에 걸린다. 달걀이라 '알'인 거야? '개'아닌가?
달걀 한 개, 두 개, 일반적으로 사용한다. 달걀 한 알, 두 알도 많이 쓴다. 직업과 관련해서 달걀 한 구, 두 구 , 역시 사용하는 단위다. 시체도 아니고 동그라면 다 구로 셀 수 있는 건가? 질문 투성이다.
개별로 셀 때, 개/알/구, 10개 단위는 꾸러미, 30개 묶음은 판이란다.
매일 여섯 알씩 나의 단백질을 쌓아갈 달걀, 반숙으로 한 번에 서너 개는 먹을 수 있다. 달걀 한 개 당 60g 정도다. 나는 다행히 달걀귀신이다. 하루 여섯 알 정도쯤!
압력밥솥에 찜기를 올린다.
수돗물 300ml를 붓는다.
개당 평균 60g의 달걀 12개를 올린다.
압력밥솥 칙칙 후 3분 더 찐다.
3분 후 불 끄고 김을 모두 뺀다.
얼음물에 넣어 열기를 식힌다.
노른자가 흐르는 반숙을 즐긴다.
매일매일 즐겁게 달걀 여섯 알, 허벅지 근육 벌크 업! 2024년 반드시 지리산 천왕봉을 오를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