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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Jul 07. 2024

메모는 예언

0756

십여 년 전의 메모들을 뒤적이다가 정확히 13년 전 오늘의 기록이 눈에 띈다.


벤야민과 손잡고 성우책 쓰기


발터 벤야민이 말하는 인간, 공동체(떼)가 성우라는 예술과 맞닿아 있다고 판단했다.


그 당시 나는 질 들뢰즈를 성우연기에 접목해 방법론을 고민하고 있었으며, 그다음의 연결고리를 모색하고 있던 차에 벤야민을 만났다.


아름다움을 관계 속에서 지각한다는 그의 견해가 놀랍고 신선했다.


그의 아케이드 프로젝트와 베를린에서의 유년시절도 적절한 영감을 던져주었다.



유물론적 사고를 하면서도 예술을 등한시하지 않는 태도는 인상적이다.


또한, 하나의 개체로서 예술작품을 바라보지 않고 유연하게 변화가능한 것으로 판단하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인간 사이의 문제, 신체를 접촉시킨, 삶이 관통된, 사회 역사로 이어지는 관점도 지적 자극이 되어 상상을 촉발시켰다.


다소 슬럼프 중에 던져진 구명조끼 같은 인물이었다고 본 것 같다.


바람대로 벤야민 철학을 전면 내세운 책은 아니지만 메모가 예언이 되어 정확히 10년 후 졸저 <성우의 언어>를 세상에 내놓긴 했다.


세상에 없는 낯선 이야기여서인지 몰라도 분에 넘치는 사랑으로 인터넷서점 15주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다.


글로 쓰면 일기가 되었건 메모가 되었건 반드시 현실이 된다는 걸 새삼 확인한 사례이기도 하다.


이래도 글쓰기를 하루 중 우선순위에서 하위로 밀쳐둘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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