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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치고써 Jul 08. 2024

최악의 날씨

삼백 예순네 번째 글: 이런 날씨는 정말 버겁네요.

우산을 썼다가 비가 얼마 오지 않는 것 같아 일단 우산을 접었습니다. 거추장스럽게 옷 여기저기에 물기가 묻을 것 같아 우산을 접으려고 돌돌 말고 있으려니 머리 위에 연거푸 빗방울이 떨어집니다. 다시 우산을 펼쳐 들었습니다. 마치 하늘이 장난이라도 치려는 듯 한동안 우산 위에 빗방울이 떨어지는 것 같진 않습니다. 접으려다 말고 문득 생각에 빠집니다. 우산을 써야 할지 말아야 할지 도무지 판단이 되지 않습니다


무심코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누군가가 커다란 천을 빳빳하게 당겨 하늘에 걸쳐 놓은 것 같습니다. 도무지 빈틈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입니다. 그냥 하늘 전체가 하나의 구름인 듯 보입니다. 아니 어찌 보면 몇 개의 구름들이 겹쳐 보이는 것 같기도 합니다. 뒤덮여 있습니다. 하나의 구름이 어디서부터 시작되어 어디까지가 끝인지, 또 다른 구름은 어디에 있는지조차 알 수 없습니다.


월요일 아침, 무거운 몸을 이끌고 나와 보니 하늘이 더욱더 어깨를 짓누릅니다. 밤새 달아오른 지열도 아직 식지 않은 상태입니다. 햇빛만 내리쬐지 않는다 뿐이지 이건 어째 맑은 하늘보다 더 견디기 힘든 날씨입니다. 요 근래 들어 가장 최악의 날씨를 맞이한 아침입니다.

 

어젯밤에도, 그리고 오늘 아침에도 샤워를 하고 집을 나섰습니다. 눅눅하고 달아오른 열기 속에서 잠을 잤으니 별도리가 없는 것입니다. 땀을 흘린 상태로 돌아다닐 수는 없으니까요. 상쾌하고 쾌적한 것까지는 바라지 않습니다. 다만 며칠 동안 씻지도 않은 것처럼 온몸이 옷에 들러붙는 이 느낌은 정말이지 최악 중의 최악입니다.


이미 몸이 그렇게 단련되어 에어컨 바람을 쐬지 않으면 진정이 안 됩니다. 학교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어보니 확실히 알겠습니다. 몇 안 되는 사람들이 타고 있는 이 좁은 공간에 선득한 느낌이 들 정도로 찬 바람이 나오지만, 여전히 밖으로 드러내 놓은 팔뚝엔 끈적임이 남아 있습니다.


오늘 하루는 또 어떻게 보내야 할까요? 어쩌면 당분간은 이런 날씨가 이어질 텐데, 하는 걱정이 앞섭니다. 비를 저주할 만큼 싫어하지만, 차라리 이럴 때에는 시원하게 비라도 한바탕 뿌렸으면 좋겠습니다.


사진 출처: https://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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