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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Aug 30. 2024

분홍 거짓말

0810

모든 것이 터무니없다면 새빨간 거짓말

모든 것이 선한 의도였다면 하얀 거짓말


완전한 거짓도 아니고 완전한 진실도 아니고

어쩌면 우리가 하는 모든 말들은 분홍 거짓말

 

누구를 기어이 살려내지도 아무도 기꺼이 죽이지도 못하는 말은 온통 진실보다 거짓의 함량이 크니까 색으로 그 부끄러움을 가리도록 하자.


새빨간 의도를 희석시키려고 하얗게 두리뭉실 감싸니 오묘하게 그럴듯한 분홍빛으로 변신한다.


그래도 거짓말은 거짓말 


우리는 겉이 달라지면 안도 달라질지도 모른다는 착각이나 자기 암시나 자기 체면을 건다.


거는 족족 제 다리에 제가 걸려 넘어진다.



모든 것의 반대의 반대는 제자리로 돌아오는데 거짓말은 돌려 말해도 거짓말의 자성이 바뀌지 않는다.


이 거지 같은 거짓말


왜 거짓말은 거짓말이 되었을까


할수록 빈곤해지거나 궁색해지거나


더 많은 빈 말들을 구해 와서 들어부어도 진실에 가 닿지 못하는 거짓말


무수한 말들의 밑 빠진 독


그래도 조금 덜 빨개진 거짓말을 했어도 그 곱디고운 분홍빛에 가까워져도 거짓말은 스스로 빨강으로 달려간다.


거짓말의 동네에서는 거짓말이 참된 말일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한 명의 거짓말을 거부하는 이가 있는 공동체라면 그것은 불가능한 디스토피아.


하나의 거짓말을 하는 날에는 두 번의 침묵으로 벌한다.

하나의 거짓말을 하는 날에는 세 번의 진실을 옹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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