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구두의 약속

0811

by 이숲오 eSOOPo

약속이 느슨한 이를 보면 측은하다.

약속은 자신의 태도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엑스레이인 줄 모르고 거칠게 다루는 것 같아서다.


시간에 헐렁한 이를 보면 안타깝다.

시간에 대한 개념은 자신의 리듬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키워드인 줄 모르고 흘리는 것 같아서다.


이 모두가 구두口頭로 하는 것이다 보니 구두같이 다루는 이가 있다.


약속을 할 때에는 신고 있다가 돌아와서는 벗는 구두처럼-.


구두


사실 구두의 글자모양이 고개 돌리고 서 있는 모습 같다.


서로 반대쪽을 바라보고 아슬아슬하게 한 발로 서 있다.



그렇구나.

약속은 구두로 하니까 구두처럼 위태롭구나.


이제부터는 약속을 할 때마다 구두를 바라보아야겠다.


구두가 단정하게 제 모양을 갖추고 빛을 잃고 있지는 않은지-

구두의 뒤축이 불안하게 닳아 있지는 않은지-

험하게 구겨 신은 흔적은 없는지-


구두의 약속이 헌신짝이 되는 순간 나를 위한 헌신의 시간들이 증발해 버린다는 예언을 알아차릴 수 있어야 약속의 엄청난 반격을 피할 수 있다.


약속을 소리 내어 읽어보라.


두 사람의 마음이

두 공간의 시간이

강하게 연결 지어지는 소리처럼 들리지 않는가.


함부로 약속하는 것은
미래를 교란하는 사고


구둣주걱으로 구두를 보호하며 구두를 신듯이 오늘 무심코 뱉어내는 구두의 약속들은 보다 신중하고 소중하게 다루어야겠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