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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Sep 17. 2024

사라진 것들

0828

사라진 것들을 새삼 떠올리며 사라지는 것들을 생각한다.


부재는 어쩌지 못함이고 어쩔 수 없음이니 불가항력을 다루는 법을 추석에서 배운다.


존재의 가치는 부재에서 발견하고 발명한다.


사라진 것들은 해를 층층이 쌓지 못하고 돌아오기에 눈은 소멸되고 귀만 남는다.


부재를 대하는 우리의 안타까움은 애써 눈을 맞추려는 데 있다.


유일한 방법으로는 텅 비우는 것에 있다.


이름하여 부재 따라 하기




일터를 비우고

시간을 비우고

의지를 비우고


형제친지가 모여 명절이 축제가 아닌 숙제가 되는 연유는 마음마저 비우지 못함에 있다.


사라졌던 존재들과의 조우는 사라진 것들의 기억을 밀어내고 만다.


존재 앞에서 부재를 꿈꾸는 건 명절의 아이러니다.


사라짐은 바람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기에 존재는 고통스럽고 혼란스럽다.


잘 사라지는 것은 잘 살아내는 것이다.


존재 끝에 부재가 있는 것이 아니라 부재 끝에서 존재가 겨우 매달려 있음을 알아야 한다.


추석秋夕이 제 이름에 걸맞지 못하다고 다른 계절을 붙여 불리며 놀림을 받고 있다.


추석도 사라지는 것들의 명부에 이름을 올릴 참이다.


사라지는 것들을 잘 다루고 잘 친해야 사라진 것들을 정확하게 읽어내고 사색할 수 있을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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