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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Sep 18. 2024

방기한 방귀

0829

'정확하게' 감동하는 이가 참 좋다.


여기서의 정확함은 자신의 고유한 느낌을 방기하지 않는 태도이다.


어디선가 본 듯한 표현을 내던지고 타인이 이미 소비한 느낌을 재활용하지 않는 발랄함에 있다.


우리는 가끔 타인의 느낌과 내 것을 혼동한다.


그래! 그 느낌 알 것 같아


새빨간 거짓말!


느낌은 지문 같아서 고통도 기쁨도 내가 거머쥐는 순간 처음이 된다.(적어도 느낌의 세계에서는 비슷한 것은 한치도 같은 것이 아니다)


감동을 발화하는 때에는 세상에 없는 언어를 창조해야 한다.



언어는 존재가 뀌는 방귀라서 함부로 들통날까 두려운 탓에 손등에 입술을 대고 공갈방귀를 뀐다.


엉성한 감동은 서로에게 유해하다.


정확하게 공감받지 못해서 공허하고

정확하게 소통하지 못해서 허전하다


내가 수놓은 유일한 존재의 무늬를
드러내는 것이 그 얼마나 요원한가


그 난해한 길을 피하고자 타인의 발자국만 따라간다면 그 끝에 서 있는 나는 얼마나 난감할까.


정확하게 나의 감동을 말할 수 있다면 나의 현재를 온전히 장악하고 사는 강자일 것이다.


느낌도 감동도 나를 그물처럼 전부 던지지 않으면 하나의 멸치만한 진실도 낚아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확하게 감동하는 이가 그리운 요즘이다.


그러므로 나 자신이 부끄러운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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