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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Nov 05. 2024

난감한 예술

0877

예술이 한 척의 배라면 이를 띄우는 부력은 상상력과 감수성이라 할 수 있다


상상과 감성 없이는 맨 땅 위에 배를 띄운 꼴이다


요즘 가장 난감한 예술은 시낭송이다


아직도 예술 언저리에서 편입되지 못하고 기웃거리고 있다 시대를 거스르는 톤과 투로 시를 낭송하는데 시인마저도 고개를 돌려 민망하다


범람하는 시낭송대회가 괴물을 양상하고 있다


철학도 감동도 없는 대회들이 고작 몇 푼 상금으로 이상하게 길들이고 평가하고 있으니 가슴 아프다


시낭송의 기본인 시를 통한 내면의 사건을 들려주지도 않고 시어 하나하나에 집착해 통제하고 지적하는 추세는 대중의 시선을 스스로 외면한다


상상에는 이야기가 있으며 감성에는 공감으로의 전제가 있다 자기만족적인 낭송은 진부하고 시대착오적이다


여전히 대회 평가 기준은 퇴행을 거듭하고 있다


목소리와 분위기를 넘어 이미지 구현까지 다다르자 길을 잃었다 평준화되어 평가 기준이 어려워지자 발음을 잣대로 삼기 시작했다 스스로 미래를 제시하는 것에 실패했음을 자인한 셈이다 서글프다


누구는 몇 개 틀리고 누구는 몇 개 틀린 것을 가지고 옥신각신 너무나 낯 뜨거운 광경이 행사장에 펼쳐진다  


낭송은 틀리냐 틀리지 않냐의 문제가 아닌 관객에게 들리냐 들리지 않냐의 부분에 주목해야 한다 자신의 이야기를 시를 통해 얼마나 진실되게 유의미하게 전달하는가를 기대하는 것이다


시낭송대회는 시험장이 아닌 공연장이 되어야 한다


타 출전자의 낭송도 듣고 싶어지는 매력을 가져야 한다 두 번 듣고 싶지 않은 낭송은 한 번 들을 가치도 가지지 못한다 그래서 대상 호명에도 앙코르가 없다


여운이 없는 낭송

내 가슴까지 달려오지 못하는 낭송

수상한 낭송가의 낭송을 따라 하는 낭송

낭송과 삶을 연결 짓지 못하고 격리된 낭송


보면 볼수록 난감한 예술인 시낭송의 패러다임을 바꿀 신개념 시낭송대회 개최를 위해 오늘도 멈출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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