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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5시간전

거룩한 약점

0925

말은 미룰수록
글은 당길수록


쉽게 던져진 말이 날 위태롭게 하고 초라하게 하고 어렵게 새긴 글이 날 위대하게 하고 초월하게 한다


만약 입으로 글을 쓰고 손으로 말을 할 수 있었다면


어쩌면 말은 수월해서 권태롭다

어쩌면 글은 불편해서 권위있다


말의 약점은 글의 약점이 보완해줄 수 있다


약점이 자신을 벗어나면 약점에 머물지 않는다

강점이 타자로 옮겨가면 강점이 더이상 아니다


약점이 옮겨가서 약점을 구한다

약점은 거처를 옮기면 변신한다


약점은 정지할 때보다 역동할 때 강력해진다

빌미를 활성화하고 본래의 체질을 개선한다

강점은 현재를 버티게 하고

약점은 미래를 그리게 한다


강점이 약점으로 갈 때엔 가파르고

약점이 강점으로 갈 때는 완만하다


사실 약점의 패를 쥔 자가 일어서면 결국 이긴다


강한 것들은 서로를 밀치지만

나약한 것은 서로간 결속한다


이러한 현상은 비물질에서 왕성하다


나의 약한 부분을 찬찬히 바라보며 세밑을 보낸다


세밑은 한 해의 가장 나약한 지점이 아닌가


그럴수록 세찬 바람과 식은 태양은 적절하다


바닥에서는 무엇이라도 꿈꿀 수 있어서 거룩하다


가장 약해질 때 가장 약점이 퇴색되는 순간이다


천적에 포착된 여린 짐승의 눈빛과 걸음을 보았다


스스로의 약점을 결코 원망하지 않는 숭고가 있다


나의 신체중 가장 연약한 손가락으로 쓰는 글의 연약함은 내가 할 수 있는 행위중 가장 거룩하다


글은 거울이고
말은 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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