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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짐의 생리에 대한 짧은 귀엣말

챌린지 21호

by 이숲오 eSOOPo

세상 끝 등대 1


박 준



내가 연안을 좋아하는 것은 오래 품고 있는 속마음을 나에게조차 내어주지 않는 일과 비슷하다 비켜가면서 흘러들어오고 숨으면서 뜨여오던 그날 아침 손끝으로 먼 바다를 짚어가며 잘 보이지도 않는 작은 섬들의 이름을 말해주던 당신이 결국 너머를 너머로 만들었다




새해 아침이다


다짐이 어울리는 시간이다


다짐이 멀리 달려가지 못하는 연유에는 다질 대상과 이유의 빈약에 있다 그저 다지기만 해서는 동력이 부실하다 미래는 마늘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짐의 생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다짐의 대상을 결속할 고리의 탄성을 고려해야한다

그 끝의 멋짐보다 그 중간의 고통을 담아둘 그릇을 미리 준비하고 수시로 발생하는 감정의 잡음을 달랠 놀이터를 마련해두어야 한다


다짐은 스스로 한발짝도 갈 수 없어서 동기의 어부바가 시시때때로 요구된다


다짐은 시간의 숙성을 통해서만 맛을 내기에 적어도 84일의 지속 후에 겨우 혀끝에 대볼만 하다


이유는 다짐이전보다 다지는 동안에 견고해진다


시간에 숙성되지 않은 다짐이 휘발되는 건 당연하다


새해가 되면 다짐의 시도가 저 태양처럼 떠오른다


매번 무너지는 자신을 탓하지 말고 조심스레 다루면서 친해져 보는 건 어떨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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