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손바닥
이 안
손바닥으로 아들놈 등 쓸어주는데
손톱을 세우란다
손바닥이 금세 더 가려워진단다
해도 대구 보채쌓는다
마지못해 손톱을 세워 살살 긁으면
나 어릴 적 썩썩 등 쓸어주시던
아버지 손바닥 생각
한가득 보풀이 일어
한번 움직일 때마다
밭고랑 억센 바랭이들 순하게 눕고
벼논의 모들은 귀 총총 세우고
푸르게 일어섰지
아버지 손바닥 따라
나는 참 순순히 잠이 들었다
손톱을 세워 아들놈 등 긁어주며
자랄 새 없이 닳아져서
당최 내세울 바 없던
아버지 무딘 손톱과
잠결에도 내 등 마당에
댑싸리 빗자루처럼 쓸리던
손바닥 소리를 듣는다
어쩌다 아버지는 오후 3시부터 5시 30분 사이에 생각난다
돌아가신 아버지는 아무도 모르게 파릇파릇 돋아나는 시간에 떠오른다
불쑥불쑥 피어나는 아버지 생각들 주변에는 생명들로 가득 차 있다
살아있는 혹은 살아나려는 것들 사이에서 아버지가 있으니 아버지는 이 세상에 있는 것인가
아버지의 손바닥은 생각나지 않고 연신 손등만 기억난다
마지막으로 맞잡은 아버지의 오른손에 내 손은 가려지고 아버지의 손등이 들어온다
이토록 하얗고 여린 손이었던가
듬성듬성 손가락 마디에 맹수의 수염처럼 자라난 기다란 털들
오랜 시간 묵주반지 자국이 새겨진 검지 손가락
한참을 마주 잡고 무언의 대화를 나눴는데 목이 잠긴다
그것이 아버지의 유언이었던 것 같다
아버지는 손등으로 마지막 말씀을 남기셨고 나는 어깨로 그 많은 언어들을 담아 들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