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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다시 만져지지 않을 문장을

챌린지 11호

by 이숲오 eSOOPo

별의 문장


이 대 흠



서늘하고 구름 없는 밤입니다 별을 보다가 문득 하늘에 돋은 별들이 점자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래전부터 너무 많은 이들이 더듬어 저리 반짝이는 것이겠지요


사랑에 눈먼 나는 한참 동안 별자리를 더텄습니다 나는 두려움을 읽었는데 당신은 무엇을 보았는지요


은행나무 잎새 사이로 별들은 또 자리를 바꿉니다




하루 나를 살게 하는 문장을 새벽부터 마음속에서 뒤적인다


별인 줄도 모르고 돌 보듯이 취급한 문장들은 이미 산더미로 방치되어 있다


그중 하나를 골라 하루종일 맨질맨질하게 닦고 닦으면 거울이 되어 나를 비춘다


문장은 꼼꼼하게 나의 상처와 흠과 주름을 보여주고 일러준다


문장이 없는 하루는 나침반 없이 사막을 건너는 것과 같아서


두 번 다시 되살아 나지 않을 문장을 캐고 기르고 걸러 고른다


어느 운 좋은 날에는 문장들이 고구마줄기처럼 줄줄이 딸려 나와서 너에게도 주고 그에게도 주고도 남아서 떡을 해먹기도 한다


날마다 나를 관통하는 문장들을 방치하면 문으로 달아나고 장독에 숨어 버리니 정신차리지 않으면 죄다 놓친다


세상 어디에도 나에게 곱게 달려들어 안기는 순한 문장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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