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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 아래 그리움의 내음새

챌린지 12호

by 이숲오 eSOOPo

고향 앞에서


오 장 환



흙이 풀리는 내음새

강바람은

산김승의 우는 소릴 불러

다 녹지 않은 얼음장 울멍울멍 떠나려간다.


진종일

나룻가에 서성거리다

행인의 손을 쥐면 따듯하리라.


고향 가차운 주막에 들려

누구와 함께 지난날의 꿈을 이야기하랴.

양구비 끓여다 놓고

주인집 늙은이는 공연히 눈물지운다


간간이 잿내비 우는 산기슭에는

아즉도 무덤 속에 조상이 잠자고

설레는 바람이 가랑잎을 휩쓸어간다.


예 제로 떠도는 장꾼들이여!

상고하며 오가는 길에

혹여나 보셨나이까.


전나무 우거진 마을

집집마다 누룩을 듸듸는 소리, 누룩이 뜨는 내음새......




태胎 묻은 곳이 아닌 기억을 묻은 곳이 고향이다


고향에는 이야기가 강물처럼 흐른다


고향은 몸보다 마음에 더 큰 근거동기를 둔다


고향은 사라질 수도 있으나 다시 나타날 수도 있다


고향은 과거의 산물이지만 미래로 확장가능하다


시간이 공간에 중첩되고 사람이 가로지르고 추억이 곰삭은 것만이 고향의 범주에 포함되는 건 아니다


고향은 공간 안으로 나를 끌어당기고 시간 밖에서 나를 밀어낸다


'고향'이라고 소리내어 보면 혀끝에서 번지는 그리움의 내음새


부를수록 짙어진다

맡을수록 아련하다


당신의 고향은 어떤 내음새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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