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소리 안에 네가 서 있다
장 옥 관
조약돌 주워 호수에
퐁!
던졌더니
동그랗게 무늬가 생긴다
동그라미 안에 동그라미
끝도 없이 생긴다
종소리 같다
물무늬처럼 번지는 종소리
종소리처럼 번지는 내 마음
종소리 안에 온종일
네가 서 있다
엘리베이터를 타니 한 벽면에 새로 교체될 엘리베이터 디자인 선정을 위한 사진이 붙어 있다
1안 : 샴페인 2안 : 브라운
부디 선택해 주세요!
하나는 분위기로 묻고 하나는 색상으로 묻는다
디자인 차이는 거기서 거기인데 단연 1안에 동의 표시가 압도적이다
만약 2안의 디자인명을 베어루비루머스라든가 팬톤이 선정한 올해의 색이라고 소개하며 모카 무쓰라고 명시했다면 주민의 고민은 복잡할 것이다
분위기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부지런히 걸치며 산다 분위기는 식는 법도 밥을 먹여줄 생각도 없다
그것의 모양이 동그라미라고 단순하게 불려지는 것을 극도로 혐오하면서 그 밖으로 넘지도 못하고
아래로 표시된 버튼을 누르고 엘리베이터에 오르니 분위기를 고르는 동그라미들이 동그라미들을 낳고 동그라미는 또다른 동그라미를 낳으며 구르고 있다
동그라미가 층마다 문을 나가며 종소리를 낸다 댕
그 소리가 쌓여서 엘리베이터를 위로 밀어 올린다
1안 : 샴페인 2안 : 크라운
다시 선택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