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말
이 문 재
나를 잊지 마세요
꽃말을 만든 첫 마음을 생각한다
꽃 속에 말을 넣어 건네는 마음
꽃말은 못 보고 꽃만 보는 마음도 생각한다
나를 잊지 마세요
아예 꽃을 못 보는 마음
마음 안에 꽃이 살지 않아
꽃을 못 보는 그 마음도 생각한다
나를 잊지 마세요
꽃말을 처음 만든 마음을 생각한다
꽃을 전했으되 꽃말은 전해지지 않은
꽃조차 전하지 못한 수많은 마음
마음들 사이에서 시든 꽃도 생각한다
동그랗게 깎아놓고 보니 네 모습이 비숑 프리제 같구나
가끔은 널 볼 때마다 목에 리본을 달아서 바구니에 담아 데리고 다니고 싶기도 해
네가 고작 한다는 다짐들이 겨우 참아내고 견뎌내는 것이었다니
너는 고대로부터 살아왔고 스스로 조각이 되었다가 공예가 되었다가
하지만 너의 제자리는 늘 정원에서 너의 깔끔함과 균형 잡힘을 뽐내는 일이었지
어쩌면 너는 그렇게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지 그 점이 부러워 발로 툭툭 차면서 시샘을 하기도 했는데
무뚝뚝하게 향기도 숨기고 은은함만 간직하던 너를 오늘 새삼 떠올리고 있다
그렇게 돌보지 않아도 너의 아름다운 자태를 유지하는 걸 보니 타고난 것인지도 몰라
사시사철 변하지 않는 너의 강인함과 인내를 배우고 싶은 너의 영어식 이름은 '상자나무'
고향의 이름을 자신의 이름으로 자랑스럽게 달았으니 강원도 회양사람들이 고마워하겠네
오늘의 탄생화는
회양목 Box Tree
꽃말은 참고 견뎌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