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읽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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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의 다짐 중에서 으뜸은 독서 계획이다

직접 경험이 제한적이라면 간접 경험인 독서가 대안이다

보통 독서계획을 말할 때 목록을 주로 적는데 내게는 다소 무의미해 보여 방향을 제시한다

우선 두 번 읽을 가치가 없는 책은 한 번도 읽을 필요가 없다고 보는 편이다 오래되고 이미 읽은 책들을 다시 펼칠 것이다

두 번째로 매끄럽게 읽히는 책보다는 문장 사이가 광활해 사색이 아니면 건너가지 못하는 책을 주로 마주할 것이다

세 번째로 달콤한 요령들이나 방법을 기술한~정답이라고 말하는~책들은 보이는 대로 노끈으로 묶어서 폐지분리수거일에 내놓을 것이다

네 번째로 권수에 집착하지 않고 느리게 느리게 읽을 것이다

다섯 번째로 올해 읽을 책은 오래 두고 읽을 책이다

마음이 굴뚝

내가 베스트셀러를 기피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나의 도서선택 감수성이 취약할 때 기웃거린다

모두 비슷한 시기에 읽는 책이 나의 지금과 부합되지 않을 수 있다 독서는 존재와 시간을 온전히 쏟는 노동이기에 타인의 시류보다 나의 리듬이 우선이다

내게 지금 필요한 책은 내가 지금 독서하고 있을 때에만 정확하게 보인다 그래서 독서단식이 긴 경우에는 물꼬를 트는 책이 중요하다

독서마중물 도서로는 어떤 책이 좋을까

그때에는 서점보다 서재로 가야 한다

제목보다 표지보다 문장이 나를 채는 책을 고른다

한 권만 고이 모셔와 베개를 벽에 세우고 몸을 기댄채 커피를 내리고 창너머 서늘한 겨울햇살을 받으며 책장을 넘긴다

속세에 치여 독서할 시간이 협소한 경우에는 자기계발서보다 고전이 의외로 가성비가 높다

적어도 백년을 버텨온 책이라면 읽지 않고 곁에두고 머리에 베고만 있어도 효과가 탁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