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이래 사나 저래 사나 / 김도영
어디가 끝인지 보이지도 알 수도 없는
우주 공간에 좁쌀 하나
좁쌀 속을 들어가 보니
수억 개의 더 작은 좁쌀들이
서로서로 물리고 물려 돌고 있다.
또 그 좁쌀 속으로 들어가 보니
그보다 더 작은 좁쌀들이 엉키어
거기서도 돌고 돈다.
그중 하나의 좁쌀 속으로 들어가 보니
바글바글 다리 두 개로 서서
부지런히 달리고 울고 웃고 부대끼며
살고 있다.
그들 이름이 사람이란다.
그 사람들을 바라보니
누구는 웃고 기쁘고 만세를 부르고
누구는 울고 슬프고 좌절 속에 파묻히고
누구는 목구멍에 호스 끼고 옆에서는 기도하고
누구는 잘난 체 누구는 못난 척
각양각색으로 살다가
매일 같이 여기서는 응애응애
매일 같이 저기서는 에고에고
나고 지고 인간사 오욕칠정에 허우적거리며 살다가
생로병사의 흐름을 벗어나지 못하고
왔던 곳이 어딘지도 모른 채
소리 없이 사라지는 저 유성처럼
사람이라는 업으로 태어나
마음이라는 것에 휘둘려 살다 간다.
일체유심조라
모든 아픔과 슬픔, 기쁨과 환희 또한
어쩜 일장춘몽일 수도 있는 것을
우리는 무엇을 잡기 위해 그토록 몸부림을 치는 것인가
그래도 태어났으니
하필이면 이 지구별에 올라탔으니
무언가는 남기고 떠나야 하지 않겠는가
무언가는 각자가 정하고
각자가 행복을 느끼며
그저 태어났음을 살아있음을 사랑할 수 있음을
감사히 여기며
오늘 하루를 또 이어가면
언젠가는 무엇인가 깨달을 날이 오겠지
마지막 떠날 때
왔노라, 사랑했노라, 떠나노라!
잘들 살아라…….
그럼 되는 거지
그런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