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운 술병

#시

by 김도영

누운 술병 / 김도영


산자락 풀 자락에 털썩 주저앉아
허리춤 차고 온 호리병 풀어 제쳐
한 모금 들이키고 씀바귀 한 줄기 뜯어 씹어
인생사 서러운 맛 쓴맛으로 달래보네
또 한 모금 마셔보니 산등성 소나무가
나를 오라 손짓하니 네가 와서 같이 한잔하자 하나
저놈은 대답 없고 바람만이 재 너머 소식 전하는구나.

석 잔째 부어대니 그놈의 호리병 작기도 하네
먹지도 않은 술이 벌써 바닥이 나는구나
쓰디쓴 잎사귀 한 움큼 입에 물고
우 선생 되새김질 그대로 따라 하니
빈 병은 드러누워 구름만 쳐다보네

뉘엿뉘엿 지는 해는 각시가 기다리나 빨리도 가는구나
한 병만 더 지고 올 걸 빈 병 털어내어 쥐어짜니
정이 남았나 한 방울 두 방울 그리고 반 방울을 내어주네
입으로 핥아내어 야무지게 비워주고
잘 가라 손짓으로 가는 해 배웅하니
초가삼간 굴뚝 연기 모락모락
오늘도 사는 맛에 임 찾아 가자꾸나.

내리막길 가는 길 인생길도 이 같다면 그 얼마나 좋을까
우리 인생 오르막길 땀 흘리며 가는 길
그래도 사는 맛에 하루해를 보낸다네
가자 어서 가자 내 육신 붙일 곳에
기다리는 짝이 있는 그곳이 안식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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