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니 Feb 20. 2019

명품 예찬

퇴근길에 반지를 샀다. 사실 액세서리를 거의 하지 않는 사람인데, 가끔 기분 전환용으로 귀걸이나 반지를 하기도 한다. 비싸고 반짝거리는 것에 대한 욕망은 크지 않아 어제 산 반지도 작은 샵에서 파는 만원이 채 되지 않는 것이었다. 싸구려는 싸구려 티가 나는 것이 당연하지만, 때로 안목이 잘 작동하면 득템을 하기도 한다.


내가 몇 년을 살았던 밀라노는 패션의 도시였다. 삐까뻔쩍한 명품 거리가 길게 이어졌고, 우리가 흔히 말하는 명품샵들이 모두 집결해 있었다. 크게 관심을 두지 않은 세계라 거리를 두고 살았는데, 한 번은 지인의 부탁으로 베르사체 매장에 갔다 손지갑 하나에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주변엔 명품들을 사 모으는 것이 낙인 친구도 있었지만, 그것은 그이의 취향일 뿐 우정과는 상관없는 사안이었다.


명품과는 담을 쌓고 살던 나도 유일하게 좋아했던 브랜드가 하나 있었는데, 바로 '막스마라'이다. 겨울 코트가 필요해 아웃렛 매장에 갔다 그 디자인과 품질에 반했다. 로컬의 어드벤티지로 일반 의류와 크게 차이 나지 않는 가격으로 사, 돌아오고 나서도 여러 해를 두고두고 입었다. 이 정도의 효용이라면 싼 것을 여러 개 사는 것보다 좋은 것 하나의 가치가 있지 싶다.


하지만 여전히 명품은 나와는 거리가 먼 것이다. 모시듯 과시하듯 입고, 들고, 써야 하는 명품보다 기능에 맞고 편하게 쓸 수 있는 것들이 좋은 것이다. 고맙게도 이러한 생각이 돈에 대한 집착에서 나를 자유롭게 한다.


우리 어머니가 가끔 농담처럼 하시는 말이 있다.


내가 명품이다



나 자신이 명품이니, 굳이 명품 옷도 가방도 필요 없다고 명랑하게 말씀하신다. 나는 그런 우리 엄마가 참 좋다. 개인적 선호의 문제이니 스스로 번 돈으로 명품을 잔뜩 산들 무엇이 문제겠는가만은, 다만 살림 규모에 맞지 않는 욕망이라면 생각을 조금 다시 해보아도 좋으리라. 갖지 못해 불행해진다면 경계해야 할 욕망일 테니 말이다.



2019.02.20 서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