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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니 Feb 20. 2019

명품 예찬

퇴근길에 반지를 샀다. 사실 액세서리를 거의 하지 않는 사람인데, 가끔 기분 전환용으로 귀걸이나 반지를 하기도 한다. 비싸고 반짝거리는 것에 대한 욕망은 크지 않아 어제 산 반지도 작은 샵에서 파는 만원이 채 되지 않는 것이었다. 싸구려는 싸구려 티가 나는 것이 당연하지만, 때로 안목이 잘 작동하면 득템을 하기도 한다.


내가 몇 년을 살았던 밀라노는 패션의 도시였다. 삐까뻔쩍한 명품 거리가 길게 이어졌고, 우리가 흔히 말하는 명품샵들이 모두 집결해 있었다. 크게 관심을 두지 않은 세계라 거리를 두고 살았는데, 한 번은 지인의 부탁으로 베르사체 매장에 갔다 손지갑 하나에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주변엔 명품들을 사 모으는 것이 낙인 친구도 있었지만, 그것은 그이의 취향일 뿐 우정과는 상관없는 사안이었다.


명품과는 담을 쌓고 살던 나도 유일하게 좋아했던 브랜드가 하나 있었는데, 바로 '막스마라'이다. 겨울 코트가 필요해 아웃렛 매장에 갔다 그 디자인과 품질에 반했다. 로컬의 어드벤티지로 일반 의류와 크게 차이 나지 않는 가격으로 사, 돌아오고 나서도 여러 해를 두고두고 입었다. 이 정도의 효용이라면 싼 것을 여러 개 사는 것보다 좋은 것 하나의 가치가 있지 싶다.


하지만 여전히 명품은 나와는 거리가 먼 것이다. 모시듯 과시하듯 입고, 들고, 써야 하는 명품보다 기능에 맞고 편하게 쓸 수 있는 것들이 좋은 것이다. 고맙게도 이러한 생각이 돈에 대한 집착에서 나를 자유롭게 한다.


우리 어머니가 가끔 농담처럼 하시는 말이 있다.


내가 명품이다



나 자신이 명품이니, 굳이 명품 옷도 가방도 필요 없다고 명랑하게 말씀하신다. 나는 그런 우리 엄마가 참 좋다. 개인적 선호의 문제이니 스스로 번 돈으로 명품을 잔뜩 산들 무엇이 문제겠는가만은, 다만 살림 규모에 맞지 않는 욕망이라면 생각을 조금 다시 해보아도 좋으리라. 갖지 못해 불행해진다면 경계해야 할 욕망일 테니 말이다.



2019.02.20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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