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니 Sep 29. 2020

일의 기쁨과 슬픔

공원에 자리할 작은 도서관을 설계하고 있다. 공을 들인 프로젝트였고, 규모는 작아도 잘 쓰일 다정한 집이었다. 마무리 단계에서 발주처에 의해 동의하지 않는 방식의 설비시스템이 결정되었고, 그 결정 과정에서 건축가의 의견은 배제되었다. 마음이 무겁게 내려앉았다. 


뒤늦게 도서관정책과 주무관의 문자가 왔다. 이해해달라는 내용이었다. 답을 썼다. 


"중간에서 고생 많으셨습니다. 여러 어려운 점들 있었지만, 그래도 주무관님이 존중해주시고 애써주셔서 저도 마음을 다했어요. 전기 담당 주무관님과 짧게 통화했고, 그 분은 도서관정책과의 판단과 결정이라고 말씀하시더군요. 아마 앞으로도 본인의 생각을 고집하실거라 생각됩니다. 

건축가가 종합하는 결정권을 갖지 못하는 상태에서는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가 없어요. 이런 상황에서는 좋은 집을 만들고 싶은 저희의 마음을 내려놓는 것이 맞다는 판단입니다. 기본은 하되, 넘쳤던 것은 주워담을께요. 좋은 꿈을 꾸었습니다. 편안한 저녁 되세요."


그들은 영원히 자신들이 무엇을 잃어버린 것인지 모를 것이다. 한 사람이 영혼을 태워 만들어내는 그 무엇을 놓쳤다는 것을. 


2020.09.25 서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