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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니 Jan 08. 2019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김영민 선생님의 글이 화제다. 작년 추석 무렵 '추석이란 무엇인가'라는 칼럼으로 큰 이슈를 불러일으켰고, 최근에는 그 동안 쓰셨던 글들을 모은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라는 책이 순항 중이다.


유명 대학의 교수님 같지 않는 살짝 비튼 글쓰기가 좋아, 나도 일찌감치 한 권을 사 보았다. 책에 실린 짧은 글들은 쉽게 읽히면서도 생각할 바를 던져주어 지난 연말, 올해 초 지인들에게 꽤 여러 권을 선물하기도 했다. 한 해를 닫고, 새해를 열며 입 안에 굴려보기 좋은 문장이었다.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삶과 죽음이라는 것이 세상의 끝과 끝에 위치해 있을 듯 하지만, 사실은 함께 착 달라붙어 있는 것이라 그 경계를 넘는 것은 종이 한 장만큼의 거리도 되지 않는다.

가끔 감당할 수 없을 만한 큰 일이 벌어지면, 이것은 죽음과 맞바꿀만한 일인가 하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볼 때가 있다. 그러면 대게는 아니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 무게 재기를 한번 하고 나면, 그 어마어마한 일이 그래도 한번 감당해봄직한 일이 되어 다가오곤 했다.


천년 만년 살 것이라 생각하면, 오늘 하루는 그리 귀하지 않고, 잔소리하는 상사는 너무 미우며, 미래는 아득하기만 할 것이다. 반대로 아침에 죽음을 한 번쯤 생각해보고 집을 나선다면, 길가의 들꽃도 새삼 예쁘고, 교만한 마음도 한 풀 꺾일 것이며, 마음 속의 근심도 별 것 아니게 느껴질테다.


책의 프롤로그에 선생님은 이렇게 쓰고 있다.


그리하여 나는 어려운 시절이 오면,
어느 한적한 곳에 가서 문을 닫아걸고 죽음에 대해 생각하곤 했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나면, 불안하던 삶이 오히려 견고해지는 것을 느꼈다.
지금도 삶의 기반이 되어주는 것은 바로 그 감각이다.
생활에서는 멀어지지만 어쩌면 생에서 가장 견고하고 안정된 시간.
삶으로부터 상처받을 때 그 시간을 생각하고 스스로에게 말을 건넨다.
나는 이미 죽었기 때문에 어떻게든 버티고 살아갈 수 있다고.


올해를 여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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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기사 링크입니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87711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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