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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니 Jan 10. 2019

어른을 찾습니다

왠지 어른이 고프다. 대학교 졸업반 설계스튜디오의 튜터였던 김인철 선생님과 손진 선생님을 마지막으로, 이상하게도 어른을 만나기가 어려웠다. 십 년에 가까운 직장 생활 동안 놀랍게도 단 한번도 사수가 없었고, 외국에서 보낸 석사과정에서 만난 선생님들은 꽤나 오만했다. 


상주여행과 집여행을 통해 참 좋은 이들을 많이 만났지만, 생물학적 나이와 상관없이 그들은 내게 어른이라기 보다는 친구로 기억되어 있다. 나이를 크게 의식하지 않는 문화 덕분이다. 


스스로 어른의 나이가 되어가면 갈수록, 역설적이게도 선생님을 찾게 된다. 알면 알수록 모른다는 것을 깨닫는 것처럼, 나이가 들수록 배울 수 있는 사람, 하나의 지표가 되어줄 수 있는 사람을 구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이 내게 그러는 것처럼, 그 앞에서 부족함을 드러내며 격려도 받고, 지혜도 구하고 싶은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좀처럼 이 어른이 잘 보이지 않는다. 스스로 눈이 어두워일 수도 있고, 인간 관계의 폭이 좁아서일 수도 있다. 어쩌면 보물을 찾으러 떠나는 사냥꾼처럼 전투적으로 탐색해야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살면서 어른다운 어른을 만나는 일이 별로 없다. 


그래서 아주 가끔 일터에서 학교에서 거리에서 진짜 어른을 만나면 그리 반가울 수 없다. '책놀이 공간 따띠' 프로젝트를 하면서 만났던 땡스북스 이기섭 선생님이 참 멋진 어른이었고, 작년에 강사로 갔던 '제주건축캠프'에 참가자로 오셨던 명필름 이은 선생님이 근간에 만난 또 한 명의 좋은 어른이다. 선생님의 추천 덕분에 작년 한해 동숭학당이라는 공부모임에서 좋은 강의를 많이 들었다. 


연말에 고마운 분들에게 책 한 권으로 마음을 전했는데, 오늘 밤 늦게 이은 선생님에게서 문자가 또르르 왔다. '제가 좀 늦지요?' 하시길래, '천천히 와 반가운 소식인걸요'하고 답한다. 


멋진 어른, 좋은 어른이 많았으면 좋겠다. 

내가 꽤 괜찮은 어른이 되고 싶어서이다.


2019.01.07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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