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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 누구의 잘못인지 알수없어 간격을 두고 걸었습니다

잘잘못_임지은 시집《때때로 캥거루》

by 윤소리

잘잘못/ 임지은





관계는 문제가 없는데 사람이 문제인 걸까요 관계없는 사람과 관계를 맺으려다가 아, 저 사람은 관계가 필요 없다는 걸 알았습니다 문제를 해결하면서 만나게 되는 사람이 있고 영영 못 보게 되는 사람이 있고


전 왜 태어났어요? 물었을 때 스님은 그냥 태어난 거니까 고민하지 말라 하셨습니다 고민해봤자 알 수 없는 건 허무에 가까워지니까요 그렇다고 허무를 모르는 사람과는 관계를 맺으면 안 될 것 같고


단체 속에서 관계를 배우다 보니 개인과의 관계는 어려워지더군요 학교를 졸업해도 관계엔 졸업이 없고 오해를 풀려면 만나야 하는데 우연은 만나지지 않고 얼마든지 안 볼 수 있으니 잘못은 수영장처럼 깊고


그러다 마주치게 되면 없던 일처럼 대해야 할까요? 있었던 일은 없어지지 않고 관계에 달라붙어 괴롭힐 텐데, 억지로 떼어내면 살점이 시뻘겋게 드러날 텐데, 따가워하며 웃어봐도 누구의 잘못인지 알 수 없어 간격을 두고 걸었습니다 꼭 이 정도의 다정함이 남은 것처럼





# 시를 맛보고 나도 끓여보는 한 줄, 두 줄, 심지어 세 줄 시라면(ifpoem),

시를 읽으며 떠오른 생각이나 마음에 와닿은 구절에 대한 짧은 감상도 좋고요.

내가 끓이는 시라면을 잠시 댓글로 남겨주실래요?




*이미지 출처: Pinterest@ Lisa Kad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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