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오랜 기간 함께한 TV프로그램인 다큐 3일 카메라 감독을 과감히 내려놓고 무작정 뉴욕으로 떠나 길거리 인터뷰를 하며 기록을 남긴다. 그동안 프로그램 인지도로 인해 사람들의 협조를 받을 수 있었으리라 생각했고, 어려울 것만 같았던 길거리 인터뷰는 그 어디에도 방영되지 않아도 괜찮다며 대부분 사람이 기꺼이 촬영에 응해주게 된다.
작가는 비로소 자신의 직업에 대한 자부심에 확신을 느끼고 깨달음을 얻게 된다.
"나는 그때 깨달았다. 잡고 올라가던 사다리가 무너지면 다른 사다리를 찾으면 된다는 것을. 하늘을 올려다보는 걸 잊지 않고 묵묵히 다리의 힘을 기르면 사다리는 나의 의지로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다."
난 이 책을 접하기 전에 작가와 같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미리 책을 보았더라도 스스로 느끼지 못했다면 절대로 그 깨달음을 얻지 못했을 것이다.
수십 년 쌓은 업력과 무관하게 내게 큰 단점은 조직을 벗어날 경우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을 것만 같은 두려움이 있었다.
작가는 과감히 굴레를 벗어나 자신을 시험하지만 난 부양가족이란 장벽 앞에 새로운 시도는 꿈조차 꿀 수 없었고 그렇게 23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그렇게 긴 시간 동안 한 조직 안에서 네 번의 보직 변경을 경험하며 원하든 원치 않든 그 일을 떠맡아야 했었다.
그 끝에 다다른 지금은 내 의지와는 무관한 누군가의 수단으로 움직이고 있음이 느껴지니 수십 년간 일하며 일궈 놓은 텃밭 하나 없다는 것이 매우 아쉬울 뿐이다.
누군가로부터 정신적 괴롭힘은 지속되고 그 고통 속에 조직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좌절의 나날이 지속되었다.
할 수 없는 건 할 수 없는 것임을 내 무능함에서 비롯된 것으로만 생각하고 자책했다.
독서량이 늘어나며 정신적 안정감을 찾을 때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그동안 어느 자리에 있어도 다 적응하고 해내고 있었다는 것이 느껴지며 흩어져 있던 퍼즐 조각들이 맞춰지기 시작한다.
막연히 생각했던 감정을 작가는 글로써 완벽히 표현해 주고 있었다.
『잡고 올라가던 사다리가 무너지면 다른 사다리를 찾으면 된다는 것.』
그리고, 가장 중요한 작가가 말한 다리의 힘을 기르기 위한 방법으로 난 독서를 권해본다.
어떤 책이든 머릿속에 잘 들어오고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책으로 지속하길 바란다.
분명 몇 개월 동안은 아무런 변화를 못 느끼지만, 독서가 습관이 되는 임계점이 넘어가는 시점에 생각이 바뀌고 삶이 달라질 것이며, 작가가 말한 의지가 발동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