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큼한 응원의 마음
한 주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마음만 앞서고 몸이 따라주지 못하는 일이 자꾸 반복되더니 결국 탈이 났다. 오랜만에 고열로 인한 근육통을 오롯이 견디고 나니, 며칠이 훌쩍 지나있었다. 저번 주엔 퀴즈를 포기하는 대신, 미리 만들어뒀던 마들렌 반죽을 조금 바꿔서 새로운 마들렌을 만들 수 있었지만, 이번 주는 뭔가 텅 비어버린 기분으로 한 주를 보냈다. 이런저런 일들이 한없이 꼬여가는데, 제대로 문제의 실타래를 풀지 못하고 그저 앞으로 나아가는 게 맞는 걸까. 그렇다고 그 실타래를 지금 완전히 다 풀어낼 수는 있는 걸까. 많은 고민 속에 힘이 빠지고 몸은 가라앉았다. 가뜩이나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밤에 잠들기가 힘들었는데, 생각까지 많아지니 어슴푸레 해가 떠오를 때가 돼서야 겨우 잠드는 일이 반복됐다.
허공에 떠 있는 기분, 생각에 갇혀 땅에 발을 딛지 못하고 연신 헛발질을 하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이번 주엔 집을 정리했다. 아니, 몇 주째 진행 중이던 집 정리 마무리 작업에 매달렸다. 사실 작년 여름, 8월의 마지막 날 교통사고를 당한 뒤 집 정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필 교통사고를 당하기 며칠 전 집 정리를 위해 대형 선반을 구매한 게 문제였다. 정리를 위해 각종 짐을 죄다 꺼내둔 상태였는데, 교통사고의 여파로 몸 상태가 너무 안 좋아 사고 후 짐 정리를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결국, 몸 상태가 좋아질 때까지 꺼내 둔 짐을 구석으로 옮겨 뒀는데, 그게 벌써 1년이 넘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문제가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어머니는 암 수술 이후 약해지신 몸 상태에 갑작스러운 교통사고까지 겹치면서 회복이 더딜 수밖에 없었고, 나도 투병으로 인해 끊임없이 고충을 겪고 있었다. 환자 둘이 모여 살다 보니 몸이 안 좋더라도 매일 최소한으로 해야 할 일이 있었고, 몸 상태에 따라 일순간 생존 게임이 시작되기 일쑤였다. 그저 하루하루를 큰일 없이 버텨내는 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 당연히 여기저기 잔뜩 쌓여있는 짐은 그저 구석으로 밀어둔 채 외면할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이대로는 내년이 되어도 짐을 치울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결단이 필요했다. 그리고 몇 주 전, 드디어 참다못한 어머니께서 허리가 부러지는 한이 있어도 짐을 치워야겠다고 선언하셨다. 그렇게 1년 넘게 미뤄왔던 집 정리가 시작됐다. 어머니께서 불도저처럼 밀고 나아가기 시작하셨기에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중간에 어머니의 허리가 악화하는 때도 있었고, 지난주엔 내가 뻗어버리기도 했지만, 어쨌든 둘 다 최대한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몇 주에 걸쳐 천천히 정리를 진행했고, 이번 주에 드디어 집 정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었다.
짐을 정리하고 나니, 무엇보다 눈이 시원했다. 한없이 작던 집이 아주 쬐금 넓어졌을 뿐이지만,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 별생각 없이 이리저리 짐을 옮기다 보니 몸은 매우 힘들었지만, 머리도 한결 가벼워진 듯했다. 마들렌을 만들자. 다시 마들렌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이번 주에 만든 마들렌은 다래 마스카포네 마들렌이다.
저번 주에 사용하려다가 실패했던 ‘다래’. 겉보기엔 딱 덜 익은 대추처럼 생겼는데, 그 속은 놀라울 만큼 키위와 닮아있다. 그래서 키위를 상상하며 섣부르게 마들렌 반죽을 만들었는데, 사실 맛은 키위와 조금 달랐다. 분명 키위와 꼭 닮은 맛도 있었지만, 마치 청포도 같은 향긋한 달콤함을 가진 다래의 맛을 키위와 비교하기엔 너무나도 섬세했다. 그렇다고 레몬 마들렌만 함께하기엔 아쉬운 마음이 들었고, 작은 키위 같은 다래의 앙증맞은 모습도 마들렌에 꼭 담아내고 싶었다. 고민 끝에 다래는 아주 얇게 저며 마들렌 틀에 직접 깔아주고, 반죽에는 다래의 산뜻한 산미를 감싸주면서도 은은한 풍미를 더해줄 마스카포네 치즈를 더하기로 했다.
그렇게 마들렌이 완성됐다. 한 주 동안 삐뚤어졌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겼는지, 마들렌이 조금 제멋대로 부풀어 올랐지만, 마들렌 위에서 적당히 캐러멜화된 다래가 너무나 귀엽게 느껴졌다. 의외로 맛은 조금 투박해졌고, 키위처럼 선명한 산미가 훨씬 살아난 느낌이었는데, 그게 또 상큼한 맛을 더해줘서 은은하고 부드러운 마스카포네 치즈의 풍미와 자연스러운 조화를 이루었다. 드디어 다래 마들렌도, 집 정리도 무사히 마무리했으니, 이제 연말까지 부지런히 나아가는 일만 남은 걸까. 작은 골드키위처럼 노랗게 변해버린 작은 다래가 ‘힘내자!’라며 상큼한 풍미로 나를 응원하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