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의 마들렌

올 한 해 너무 감사했습니다.

by 거울새

아침부터 모니터 앞에서 연신 글을 썼다 지우기를 반복하며 하루를 보냈다. 벌써 올해의 마지막 날이라는 게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오랜만에 키보드 위에서 손가락이 어디를 향해야 할지 갈 길을 잃었다. 하고 싶은 말은 너무 많은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도무지 감이 오지 않았다. 처음엔 그저 한 해 동안 감사했던 일을 적어 내리고 싶었는데, 이것저것 이야기를 늘어놓다 보니 두서없는 글이 되어버렸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 수가 없었다. 점심이 다 지나도록 모니터 속 새하얀 종이 위엔 야윈 커서 하나만 깜빡이고 있었다. 이렇게 한 해가 끝나다니. 괜스레 속이 부글거렸다. 사실 요즘엔 일상이 부드럽게 흘러가는 일이 별로 없었다. 작은 일도 덜컥대기 일쑤였다. 마지막까지 이럴 일인가. 이내 하고 싶었지만, 아직 해내지 못한 일들이 하나둘 떠올랐다. 그렇게 미처 글을 다 적지 못한 채 올해의 마지막 하루가 저물고 있었다.


그렇다. 사실 올해는 그리 평온한 해가 아니었다. 많은 어려움이 있었고, 많은 갈등과 문제가 있었다. 예전엔 내가 걷고 있는 이 길이 맞는지 몰라 괴로웠다면, 올해는 어디를 향해야 할지 알 수 없어서 길 위에 멍하니 서 있는 때가 많았다. 어찌 보면 정작 무언가를 한 시간보다, 어쩔 줄 몰라 불안에 떨며 보낸 시간이 더 많았던 것 같다. 행동하는 건 어려웠지만, 불안에 떠는 건 쉬웠다. 불안에 떨고 있을 땐 적어도 내가 삶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는 착각이 들었다. 그저 내가 걸을 수 있는 길을 우직하게 걸었으면 나는 적어도 몇 걸음은 더 앞으로 나아갔을지도 모른다.


물론, 마들렌에도 답답함은 늘 존재했다. 새로운 길을 가려다 보면 실패하는 때도 많았다. 계획했던 대로 아무런 문제 없이 완성할 때보다 돌발적인 상황에 대처하며 계획과 조금 다른 마들렌을 완성할 때가 더 많았다. 건강은 너무나 더디게 회복되었고, 미래는 언제나 불투명했다. 열심히 움직이려 애쓸수록 건강이 발목을 잡았다. 자신의 무력함에 좌절하는 순간도 셀 수 없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걸 해냈다. 무엇보다 올해는 마들렌을 기록하는 일에 충실했던 한 해였다. 재작년과 작년에는 개인적인 부침으로 인스타그램 계정에 온전히 정신을 쏟을 수가 없었다. 그사이 인스타그램은 빠르게 변해갔고, 소통하던 사람들도 많이 사라졌다. 계정을 찾아오는 사람들도 현저히 줄었다. 하지만, 아직도 나를 잊지 않고 찾아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렇기에 포기하지 않고 기록을 이어 나갔다. 그렇게 지난 2년간 올렸던 글보다 올해 더 많은 글을 올렸다.


올해는 좀 더 많은 사람과 마음을 나눈 해이기도 했다. 처음엔 나를 잊지 않고 찾아주는 분들과 좀 더 많은 소통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퀴즈를 시작했다. 매번 퀴즈를 준비하고 퀴즈에 참여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덕분에 나를 지켜봐 주시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또 서로의 안부를 묻고, 많은 분의 응원을 받았다. 내가 나아가고 있는 길을 온전히 바라볼 수 있었다. 그리고 새로운 사람들이 다시 찾아오기 시작했다.


사실 삶이 원래 그렇다. 너무나 절망스럽고 힘든 순간도 있지만, 작고 소소한 행복도 분명히 존재한다. 내게 일어나는 일을 마음대로 할 순 없어도, 내가 느끼는 최소한의 감정을 내가 선택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절망스러운 일을 직접 마주하고 아무렇지 않은 건 말이 안 되지만, 그 이후의 감정만큼은 내가 선택할 수 있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사실 요즘 건강 상태가 그리 좋은 편은 아니라 밤마다 미열이 오르곤 한다. 하지만, 몸 상태가 안 좋아져서 포기해야 하는 것들에 괴로워하기보다, 열이 더 이상 오르지 않아 이렇게 글이라도 쓸 수 있음에 감사하기로 했다.


그래, 생각해 보면 감사할 일도 많다. 이렇게 많은 분이 나의 이야기를 함께 읽어주시고 응원을 보내주신다는 건 어찌 보면 참 기적 같은 일이다. 특히 많은 부침을 겪으면서 계정 운영을 제대로 하지 못할 때도 많았는데, 잊지 않고 꾸준히 찾아주시는 분들께는 정말 더없이 감사할 따름이다. 일면식도 없는 분들이 대가 없이 보내주시는 걱정과 응원은 언제나 큰 힘이 된다. 나는 그분들께 감사해서라도 도저히 좌절할 수가 없다.


아무튼 이걸로 올해는 끝이다.


언제나처럼 올해 내 계정을 찾아주셨던 분들이 조금이라도 덜 힘드셨기를, 그리고 내년에는 조금이라도 더 행복하시길 바라본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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