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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약사 Aug 17. 2018

삶이란 늘 흔들리고 부딪히고 무너지고 일어서는 법이니까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ㅡ 백세희





다른 사람의 감정 생각하는 거 좋아요,
관심 쏟는 거 좋죠.
하지만 제일 먼저 나를 점검했으면 좋겠어요.
내 기분을 먼저요.





 베스트셀러로 회자되는 책에는, 적어도 그렇게 핫하게 회자되는 동안에는, 이상하게 손이 잘 가지 않는 나의 아집이 있는데, 이 책에는 이상하게 손이 갔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도 제목의 탓이 제일 컸던 것 같다. 이 책은 꼭 읽어보고 싶다는, 거의 욕망에 가까운 강한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으니까. ─ 그래, 제목 참 잘 지었다.



 이 책, 백세희의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는 작가 백세희씨의 치료기록이다. 어떻게 보면 한 개인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기분마저 드는, 참으로 개인적인 기록이자 공간이다. 그러기에 더욱더 친근함과 친밀감이 드는 그런 종류의 에세이가 아닐 수 없다.



 


힘들땐 무조건 내가 제일 힘든 거예요.
그건 이기적인 게 아니에요.



 한 개인의 정신상담기록, 그리고 그에 따른 그녀의 간단한 소회들에 대한 기록. 누군가의 일기장을 훔쳐보듯, 그녀의 마음을 들추어 보게 되는 책. ─ 근래에 읽은 책 중에 가장 솔직담백하다고 느껴졌던 책이 아닌가 싶다. 때로는, 세련되고 매끈한 문장들보다 투박하고 직설적이고 다음어지지 않은 문장들이 가슴에 더 와닿을 때도 있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책이었다. 



 뭐 이런 수준의 글이야? 라고 살짝 실소를 띄우기 무섭게, 독자들을 그녀의 세상으로 끌어들이는 마법. 왜냐하면 '그녀'가 곧 '나'이기도 하니까. 참 신기하게도 그녀의 속마음을 훔쳐보다보면, 그 속마음이 내 마음 같아 보일때도 생긴다. 어, 나도 이런데. ─ 그러한 생각들이 들면서 그녀의 투박한 말 하나하나가 가슴에 와 박힌다. 그리고 그녀의 상담자의 조언은 다시 나를 향한 조언이 되어, 왜인지 가슴 한구석 시원하게 뚫려나가는 기분을 맛볼수 있다. 





아마도 삶은 받아들이는 법을 배워가는 과정 같다.
받아들이거나 내려놓는 건 삶의 특정한 시기에만 꺼내올 태도가 아니라
평생 살아가며 연습해야 할 과제라는 느낌이 든다.





 끊임없이 세상과 부딪히고, 가만이 있어도 멀미날 듯 흔들리고, 때로는 세상이 다 꺼진 것만 같이 절망하기도 하고, 그리하여 그런 나 자신에 환멸을 느끼기도 하는, 우리 모두에게 ─ 이 책은 솔직하고 소소한 작은 위로가 될 지도 모르겠다. 자기 자신의 못난 부분들을 보면서 절망하고 자존감이 바닥을 치다가도, 그러한 생각에 다시 희망을 불어넣는 백세희, 그녀의 다짐과도 같은 에세이 속에서, 우리만 이렇게 흔들리고 우와좌왕하고 좌충우돌 하는 것이 아니구나, 라고 위안을 얻게 된다. ─ '나만' 그런 것이 아니다. ─ 라는 작지만 큰 위안. 이 책은 우리에게 그런 위안을 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p33.
난 스스로에게 필요이상으로 가혹하고, 그래서 위로가 필요하고, 내 편이 필요하다.



p155.

괜찮아, 그늘이 없는 사람은 빛을 이해할 수 없어




p206.

호감과 운명이란 낭만적인 합리화다. 그저 타이밍일 뿐이지. 내가 특별해 보이고 네가 특별해 보이는, 그 빛나는 순간을 함께 맞이한 행운일 뿐. 그건 단지 우연일 뿐이다. 하지만 그 예쁜 우연이 대부분의 인연을 엮어 나가는 건 사실이니까. 냉소적일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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