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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약사 Aug 16. 2018

My Love, My Life

─ 영화 《달링 (Breathe)》




※ 제 영화리뷰에는 스포일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실화'라는 단어는,
글자 그 자체만으로도 감동을 준다.



 나의 영화 취향은 독특하다면 독특할 수도 있고, 어렵다면 어렵다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특별히 장르를 가리지 않고 잘 보는 편이지만, 좋아하는 영화는 분명 특이점이 없지 않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 미키 사토시의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 류의 영화에 홀릭하는 성향이고, 단순 재미나 단순 오락보단 깊이 있는 영화가 좋다. 그래서 <아이언맨>이나 <어벤져스>, <데드풀> 류의 영화도 곧잘 재미있게 챙겨보면서도, '실화'를 바탕으로 한 <덩케르크>, <이미테이션 게임>, <내 사랑> 같은 영화를 더 좋아하는 편이다. 다만, 실화 영화 중에서도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것은 분명하지만 지나친 편견과 우상화, 비난을 위한 비난 등이 가미된 불편한 영화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앤디 서키스의 <달링> 이라는 이 영화의 원제는 <Breathe>이다. 말그대로 호흡, 숨. 나는 당연히 원제의 쪽이 더 좋다. 이 영화는 분명 사랑의 위대함을 보여주고 있음은 분명하지만, 단순한 '사랑' 영화는 결코 아니니까. 누군가의 인생이 걸려있는, 생사의 갈림길을 좌우하는, 바로 그 "호흡"이라는 것에 이 영화의 안타까움과 감동과 애잔함이 모두 녹아있는 것이니까.

 


 솔직하게 말하면, 아주 잘 만든 영화, 아주 구성진 영화, 이런 종류의 수식어를 붙일 수는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런 자잘한 수식어가 필요없는, 그리하여 붙여서는 안되는 그런 영화가 아닐까 싶다. 









 서로를 운명으로 느끼고 사랑에 빠진 로빈(앤드류 가필드)과 다이애나(클레어 포이). 로빈은 아프리카로 떠나기 전에 결혼하자면서 프로포즈 아닌 프로포즈를 하고, 오빠들의 우려과 근심에도 불구하고 사랑의 힘으로 단숨에 결혼까지 결심하여 아프리카로 함께 떠나기로 한 다이애나. 그러나 그들의 눈부실 듯한 행복의 시간은 지나치게 짧았다. 아프리카에서 다이애나의 임신 소식에 행복해할 겨를도 없이, 만능 스포츠맨과 다름 없던 로빈은 갑자가 목 아래부분은 전부 마비가 된다. 바로 원인은 폴리오 바이러스의 비말감염. ─ 그리고 그들의 인생은 그 이전과 확연히 달라져 버린다.




 인공호흡기 없이는 단 2분도 생존할 수 없는 삶을 살게된 로빈. 그는 영국으로 돌아와 수도 없이 기원한다. ─ 제발 나를 죽게 해줘요. 하지만 다이애나는 끝끝내 포기하지 않는다. 물론, 법적으로 그것을 용인 할수 없었던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다이애나는 그들의 아들(조나단)을 위하여 살아달라고 애원한다. 그리고 다이애나는 결심한다. 그를 병원에서 데리고 나가서 가정간호를 하면서 지내게 하겠다고.




나는 개인적으로 로빈이 발병 이후부터 병원에서 퇴원하기 전까지의 심경의 묘사가 참 좋았던 영화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단순히 '스파이더맨'으로 기억되는 앤드류 가필드의 절절한 연기도 볼 수 있었던 좋은 장면들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답게 한 순간도 살 수 없는 삶, 그 삶은 과연 살아 있는 것인가. 로빈은 그러한 자신의 삶을 계속 놓고 싶어한다. 마법처럼 자신의 몸이 움직일 수 있게 되고, 인공호흡기를 더이상 달지 않아도 되는 자기자신을 보면서 놀라고 있던 것도 잠시, 그는 눈을 뜬다. 그리고 꿈은 꿈처럼 사라지고, 현실은 혼자힘으로는 아무것도 할수 없는 몸뚱아리만 남아있다. 그리하여 그는 또다시 절망한다.



 








 하지만 병원의 반대를 무릅쓰고 퇴원을 강행한 다이애나의 헌신적 노력과 사랑으로, 로빈과 다이애나의 절망적인 삶에도 빛이 비추어진다. 그리고 이 과정은, 결코 다이애나 혼자의 힘으로는 불가능한 것이었다. 다이애나의 오빠들, 가족들, 로빈의 친구들, 그들의 애정과 도움으로 이 부부는 희망을 되찾게 된다. 또한 그러한 친구들의 도움으로, 로빈은 자신의 불편함을 개선하고자 휠체어의 모토가 되는 물건을 발명하고, 더이상 방안에만 갇혀있지 않고 스페인, 독일, 어디든 다닐 수 있게 되는 기적을 맛본다. 그리고 그 기적을 로빈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중증장애환자들과 나누고자 한다.










한 순간이라도 사람답게 살고 싶었어요




 오로지 자신에게 남은 것은 말그대로 '숨' 밖에 없는 듯한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희망을 끈을 놓지 않았던 한 부부의 사랑. 그리고 그들을 성심성의껏 도와준 주변사람들의 따뜻한 마음들. 폴리오 바이러스 환자는 오래 살지 못한다는 정설을 깨어버리고, 로빈은 그의 아들 조나단의 성장을 바로 옆에서 쭉 지켜볼수 있게 된다.




 ─ 그리고 그 조나단은 자라서 영화의 제작자가 되고, 바로 이 영화, <달링>을 제작하게 된다.










 이런 스토리가 실화일 수 있다니. 그것만으로도 살아갈 희망을 되찾게 되는 영화. 분명히 삶은 힘들고 지치고, 끊임없이 절망하고 다시 일어나야 하는 고통과 즐거움의 혼합체일 것이다. 땅으로 꺼질 듯이 괴로운 순간은 반드시 온다. 누구에게나. 그런 삶을 살아나가야 할 우리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몸소 보여주는 영화가 아닐까. '열심히 살아' '잘될거야' 같은 입에 발린 이야기가 아니라, 그냥 '우리를 봐'라고 하면서 신나게 함박웃음 짓는 그런 영화.  나는 아마도 이 영화를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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