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행복약사 Jun 23. 2017

인생은, 새옹지마

─ 영화 《슬라이딩 도어즈(Sliding Doors》




* 저의 영화 리뷰는 항상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꽤 오랫동안 아껴뒀던 영화를 이제야 리뷰하게 되었다. 개봉한지는 한참 되었지만, 책도 영화도 블록버스터라든가 현재 언론에서 끊임없이 홍보하는 유의 영화에는 관심이 떨어지고마는 나의 성격때문에, 나는 한번씩 옛날 영화가 좋아진다. ─ 아니, 예전의 영화들이 더 좋다.



이 영화도 그런 영화 중의 하나이다. ─ 그런 영화 중에는 "노팅힐"이라든가 "굿 윌 헌팅",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심지어 "쥬만지"도 들어가 있다.










잘나가던 커리어우먼이었던 헬렌이 회사에서 잘린 날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리고 두가지 장면이 병행하면서, 그녀의 인생이 두가지 길로 나뉘기 시작한다. 지하철의 문을 통과하지 못하는 상황과 가까스로 통과하여 그 지하철을 타게되는 상황. ─ 그 두 가지 상황이 말그대로 "슬라이딩 도어즈" 사이로 갈리게 되고, 그 작고 미묘한 차이가 그녀의 인생을 전혀 다른 모습으로 만들어가고 만다.















가까스로 지하철을 탈 수 있었던 헬렌은, 지하철 안에서는 제임스를 만난다. 또한 평소보다 일찍 집에 도착했기에 그녀가 오랫동안 외조 하고 있었던 남자친구의 바람피는 현장을 보게된다. 이 일을 계기로 그녀는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그녀의 삶에 변화를 주게된다.











지하철에서 만난 제임스와는 더욱 가까워지고, 회사에 소속되어 억지로 일을 하기보다는 스스로의 홍보회사를 차려 더욱더 잘 나가게 된 헬렌. 제임스가 이혼을 준비중인 상태에서 그녀와 만났다는 사실에 괴로워하지만 이윽고 둘의 사랑을 확인하고 아름다운 사랑을 꽃피울것 같았던 헬렌. 그녀의 삶은 0.000001초 빨라서 지하철 문을 통과할수 있었기에, 일과 사랑에 있어서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만 같다.












이에 비해, 그날 지하철 문을 통과하지 못한 헬렌은 지하철 연착으로 인해 택시를 타려다가 강도를 만나고 이마를 다치고, 회사는 잘렸고, 그런 최악의 하루를 보내고 집에 들어온다. 물론 남자친구의 외도는 목격하지 못한 채로 말이다. 그리하여 그녀는 남자친구의 외도를 전혀 모른채, 능력없는 작가 남자친구의 외조를 하느라 불철주야 일을 한다.



그의 외도를 알고 헤어지기로 결심한 이후, 그녀는 남자친구의 아이를 밴 것을 알게 되고, 결국은 그 아이마저 충격으로 유산하게 되는 그러한 최악에 최악의 경험들을 겪는다. 이러한 일련의 상황들은, 지하철문을 통과했을 때 진행되는 상황과 비교되면서, 지난 날 0.0000001초만 빨랐더라면 달라지지 않았을까─ 관객들에게 아쉬움을 끊임없이 안겨준다.












하지만 ─ 모든 게 좋아보였던 첫번째 상황이 급반전의 슬픈 종말을 고하면서 상황은 달라진다. 안타까움으로 점철된 최악에 최악의 경험들로 가득했던 두번째 상황이 오히려 이제야 안정기로 접어드는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그제서야 두번째의 삶에 나타난 제임스.




두번째 상황에서, 한참 시간이 흐른 뒤에야 드디어 만난 제임스와 어떤 결론이 나게 될지는 열린 결말로 끝이 나지만, 우리는 쉽게 예상할 수 있다. 그녀의 삶은 이제 시작이라고.












 순간이 그 후의 모든 것을 달라지게 한다는 것. ─ 그것은 참으로 무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이 영화를 보면서 '순간'의 무게에 다시 숙연해지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우리는 지금 우리가 힘든 것들에 지나치게 연연해 하면서 힘들어 할 필요없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지금 좋다고해서 무조건 좋아할 수도 없다는 사실도.





인생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꽤 길다.





당장 코 앞에 놓인 것들만으로 일희일비 하기 보다 길게 보는 안목이 필요하지 않을까. 빨라서 좋은 점도 있지만 느려서 좋은 점도 있다는 것. 빨리 가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고, 느리게 가도 제대로 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지금이 힘든가.
그렇다면 서두르지 말자.




힘들 때일수록 돌아가야 한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하루하루 살아가기에도 버거운 한낱 인간이, 어떻게 인생 전체를 점칠 수 있겠는가. 그러니 우리는 단지 여유를 가지고, 맡은 바 일에 최선을 다하면 되지 않을까. 그렇게 하면 좋은 일이 생길거라는 확고한 믿음과 용기를 가지고.






매거진의 이전글 인간 내면의 심연까지 들여다보는 영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