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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약사 Mar 17. 2017

우리, 너무 조급해하지 말자

《나는 다만, 조금 느릴 뿐이다》 ㅡ 강세형






우리, 너무 조급해하지 말자.
조급함의 반대말이 게으르다는 아닌 것 같아.





 요즘 나는, 새로운 것을 찾기보다 내가 좋아하는 책들을 다시 보곤 한다. 이 책도, 나만의 베스트셀러 중의 한 권이다. 강.세.형. 나는 그녀에 대해 전혀 몰랐다. 평소에 라디오라고는 Classic FM 밖에 듣지 않는 나로서는, 그녀의 글이라고는 전혀 접해보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 그녀의 글을 이 책을 통해 만났고, 나는 단숨에 그녀의 글이 좋아져버렸다.



처음 이 책을 집어 들었을 당시에, 나는 개인적으로 생각이 많은 시간을 보내던 때였던 것 같다. 늘 그렇듯이, 우습게도, 그때의 나의 고민들이 무엇이었는지는 지금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그 당시에 그녀의 글을 읽으며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공감을 했고, 위로를 받았다. 그리고 다시 열어 본 지금도, 그녀는 여전히 내 등을 토닥여 주고 있다.





p43.

산다는 게 내 맘처럼 되지만은 않는다는 것.
그렇다면 달라질 수도 있다는 얘기일 테니까.
이렇게 이렇게 살다간 5년, 10년, 20년....
빤히 보이는 나의 미래 또한,
사소한 계기와 인연이 어느 날 또 찾아와,
순간순간 이루어지는 나의 선택이 미묘하게 방향을 틀어,
지금의 나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또 다른 미래가 찾아올 수도 있다는 것.
오히려 나는 위로받고 있었다.
내 맘 같지 않은 삶, 내 맘 같지 않은 지금에.




나는 그녀의 담담한 통찰력이 좋다. 흥분하지 않고, 비꼬지 않고, 그저 호수처럼 담담한 느낌. 그녀의 조곤조곤한 목소리는 독자의 마음도 차분하게 바꾸어준다. 아등바등 쫓기듯이 살아가는 우리에게, 나도 이렇게 느려, 나도 이렇게 넘어져, 나도 이렇게 못난 마음투성이야, 라고 토닥여준다. 왠지 지금 이대로도 충분할 것 같은 만족을 준다. 그리고 오히려, 내가 지금까지 좇아왔던 현실적인 이상향보다도,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한 '진짜 이상향'을 발견하게 된다.



나는 글도, 생각도, 마음도, 참 느린 편이다. 사실, 그래서 난 그녀의 책 제목이 좋았다. 그리고 그녀의 글 몇 줄을 읽으면서, ─ 감히 이런 말 하기 부끄럽지만 ─ 왠지 내 글과 닮은 것만 같아서 좋았다. 잦은 쉼표의 사용, 비유, 늘어지는 듯 늘어지지 않는 문장의 길이. 그렇다. ─ 속도가 비슷했다. 호흡하는 속도도, 글을 쓰는 속도도, 마음의 속도도. 그래서 그녀의 글에 무한히 공감할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p102.

최적의 답과 내가 원하는 답이 정확히 일치하는 삶만 살아 갈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나는 잘 모르겠다.
세상이 그렇게 누구에게나, 어느 순간에나, 만만한 것 같지 만은 않아서 말이다.
또한 모르는 일이다.
내가 원하는 답이, 언제나, 나에게,  최적의 답인지는.




무조건 마음을 비우라고, 무조건 버리라고, 그런 류의 '내려놓음'과는 다르다. 그녀는 우리와 같은 속도로 가고 있다. 다만, 조금은 뒤쳐졌을 때, ─ 정확히 표현하자면, '뒤쳐진 것 처럼 느껴졌을 때' ─ 우리가 가질 마음가짐이랄까. 우리를 향한 위로의 말이랄까. 그녀는 그런 이야기를 참으로 담담하게 풀어나가고 있다.




그리하여 궁극적으로, 함께 잘 살아가자고 말하고 있다. 세상을 부정적으로 보는 것 같아 보여도, 결국은 '우리 힘내자'로 끝나는 마무리.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어떤 방향으로 힘을 내면 좋을지에 대한, 언니로서의 조언. 차갑게 얼어가는 지친 마음에, 훈훈한 핫팩 하나. ─ 그녀의 글은 참 따뜻하다.





내가 바꿀 수 없는 것들을, 인정할 수 있는 사람,
내가 바꿀 수 있는 것들은, 바꿀 수 있는 용기 있는 사람.
그리고 무엇보다 그 둘을 분간할 수 있는 지혜로운 사람.
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신학기, 인사이동, 새로운 직장, 지금 막 돋아 나오는 새순. ─ 지금은 봄이다. 모든 것이 새롭게 팔딱팔딱 뛰는 봄. 이럴 때에는, 설레는 마음도 생기지만, 왠지 뒤쳐지기 싫어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의욕도 앞서기 마련이다. 하지만 어떤 방향으로 의욕을 앞세워야 할지, 어떤 것을 욕심내고 어떤 것은 버려야 할지, 갈팡질팡, 마음만 바쁜 우리들에게 주는 조언. 나는 역시, 이 책이 참 좋다.










p50.

사랑은, 좋은 인연은, 결국 그런 게 아닐까 싶었으니까. 나를 조금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것.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 좀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먼 훗날에도 내 이름이 그 인연들에게 호감을 듬뿍 담아 부를 수 있는 이름이 되길.




p76.

내 인생의 전성기는 아직 오지 않은 거라 믿으며 살고 있었으면 좋겠다. 과거의 추억만을 되새김질하며 사는 것도, 이제 내 꿈은 없고 자식에 대한 기대만이 남은 삶도, 나는 싫다.



p94.

우리는 누구나 내가 가지지 못한 타인의 것을 부러워한다.

그런데 나는 그 많은 타인의 것들 중,

굳이 내가 절대 가질 수 없는 것만을 딱 집어 부러워했던 건 아닐까?

그래야 핑계 댈 수 있으니까. 그래서 나는 안 되는 거라고, 내가 잘 못하는 건 다 그래서라고, 스스로를 속이기도 쉬우니까.




p102.

포기 또한 재능이고 용기인 것만 같다.

사랑에 있어서도, 살아감에 있어서도.




p125.

어쩌면 가장 슬픈 순간, 관계에 있어 가장 슬픈 순간은, 그런 순간일지도 모른다. 서로의 마음에 부러 생채기를 내며 독기를 내뿜는 순간도, 눈물 흘리며 다투고 매달리고를 반복하는 격정의 순간도, 그리고 끝내 이별을 맞이하는 순간도 아닌, '찬란히 반짝이던 사랑의 불빛이 소멸되는 순간, 그 소멸을 직시하게 되는 순간.'




p135.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들과 영원히 함께일 거라는 생각'은 착각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들과 영원히 연락하며 지낼 거라는 생각'은 이뤄질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들과 영원히 지금과 같은 관계로 함께일 거라는 생각'은 착각이 맞다.




p187.

새로운 것에 대한 기대는,

익숙함을 벗어던질 수 있는 자만이 품을 수 있다는 것,

이제 깨달을 때도 됐는데 말이다.




p202.

언제나 사고는 그렇게 찾아온다. 부지불식간에, 그리고 순식간에. 반면 그것을 수습하고 회복하는 데는 너무나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소요된다. 그래서 참 만만치 않다. 산다는 거 말이다.




p261.

세상에서 가장 창피한 일 중 하나는 바로 이것이라는 것.

자뻑의 끝에 찾아오는 바로 이것.

나의 부끄러움을 나만 모르고 세상 사람들은 다 아는 것.



p288.

어른이 되어간다는 것,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나는 가끔 두렵다. 단순한 육체의 늙음 때문이 아니라, 마음이 늙을까봐. 내가 변할까봐. 지금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을 잃게 혹은 잊게 될까봐. 그래서 '나는 어른이 되어도 절대 저렇게 되진 않을 거야'했던 누군가의 모습으로, 내가 되어 있을까봐.




p289.
지금의 나를 알고 있는 누군가와
아주 오랜 시간 후 다시 마주하게 됐을 때,
그를 실망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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