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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약사 Aug 31. 2017


80년을 이어온 행복 지침서

《행복의 정복》 ㅡ 버트런드 러셀






행복한 인생이란 대부분 조용한 인생이다.




 1930년에 집필된 버트런드 러셀의 "행복의 정복". 나는 이 책을 꽤 오래 전에 추천 받았었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쉽사리 손이 가지 않았었다. 너무 제목부터가 적나라했기 때문일까. 왠지 서재방 안락의자에 잘난 듯 앉아서 이래라 저래라, 온갖 철학적인 이야기를 갖다붙이면서 실제와는 동떨어진 탁상공론 같은 이야기나 늘어놓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랬던 이 책이, 요즘 들어 유난히 눈에 들어와서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보았다. 




 

행복한 사람은
적당한 식욕을 느끼고
적당한 양의 음식을 맛있게 먹는 사람과 비슷하다.




 고리타분하고 뻔한 이야기일까. 어쩌면 뻔한 이야기는 맞는지도 모르겠다. 여느 자기계발서들이 그러하듯. 사실 우리는 모르기 때문에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알면서도 '안'하거나 못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이니까. 그런 면에서 본다면, 이 책 역시 우리가 알만한 이야기들의 답습이라고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 하지만 이 책은 뭔가 다른다. 분명히 유명한 철학자가 쓴 책이라는데 상당히 잘 읽힌다. 잘 읽히다 못해 너무 쉽게 읽힌다. 러셀은, 서문에서도 밝혔듯이, 독자들이 어렵지 않게 습득해서 실생활에 적용 가능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썼다. 그러기에 이 책은 참 쉽게 읽히고 쉽게 이해할 수 있다.



 


p51.

사람들이 흔히 쓰는 생존을 위한 경쟁이란 말은 실제로는 성공을 위한 경쟁을 의미한다. 사람들은 경쟁을 하면서 내일 아침을 먹지 못할까봐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옆 사람을 뛰어넘지 못할까봐 두려워한다.





 단지 쉽게 읽히는 것에서 그쳤다면 그냥 뻔한 자기계발서일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그 쉬운 말들 속에 상당히 예리한 통찰을 담고 있다. 자기 자신의 마음가짐에서부터, 부모로서의 자세, 교육, 사회로부터 받는 스트레스를 다루는 법, 인간 본연에 잠들어 있는 피해의식, 자기기만, 질투, 사랑 등 갖가지 감정들에 대해 세밀하게 살펴보고 있다. 그리고 그 감정들을 어떤 식으로 풀어나가야 하며, 어떤 식으로 생각해보려고 해야 하는지, 상당히 간단하면서도 알기 쉽게 제시하고 있다.



 ─ 그렇다. 이 책은 말그대로 '지침서'이다. 행복하기 위한 지침서. 그렇다면 다른 자기계발서와는 어떤 점이 다를까. 나는 개인적으로 이렇게 생각한다. ─ 다그치지 않는다. 강요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절대 다독이지 않는다. 어쩌면 다독이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큰 차이일지도 모르겠다. 



 많은 심리학 관련 서적들을 보면 저자는 독자를 다독인다. 그래, 그럴수 있어, 나도 그래, 라고. 그런 식으로 다독이면서 독자를 응석받이로 만들어 버린다. 하지만 이 책은 다르다. 분명 많은 '인간'들이 당신과 비슷한 경험을 공유한다는 점은 명시하지만, 절대로 다독여주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너는 왜 그렇냐고 다그치지도 않는다. 그러하기에 이 책을 읽으면, 힐링이라든가 공감이라든가의 감정보다는, 보다 냉철하게 자기자신을 '스스로' 돌아볼 계기가 마련되는 것 같다. 그리하여 누가 강요하지도 않고 누가 위로의 말을 건내지도 않았지만, '스스로' 러셀이 제시하는 '지침'을 '습득'할 의지가 생기게 된다.



 어쩌면 그러한 차이를 크게 못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차이는 분명하다. 왜냐하면 러셀은 몸속 깊이 체화된 지식과 경험과 사고를 우리에게 풀어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단순히 그럴 듯한 말로 독자를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p98.

자신에게 찾아오는 즐거움을 누리면서, 자신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면서, 대부분 착각이겠지만 자신보다 훨씬 행복할 거라고 상상하는 사람들과 비교하는 버릇을 버려라.


p150.

행복의 필수조건은 우연히 이웃이 되거나 알고 지내게 된 사람들이 지닌 비본질적인 취미나 욕망에 견주어 자신의 생활 방식을 확립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난 충동으로부터 비롯한 생활 방식을 확립하는 것에 있다.





 

 우리는 왜 살고 있는가. 누군가 이런 질문을 던졌을 때 쉽게 답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잘은 몰라도,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든 '행복'을 좇는 것에 목표를 두고 있지 않을까. 그런데 우리는 그 누구도 '행복'이 뭔지 배우지 못했다. 그것은 당연하다. 행복은 누가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라, 각자 자기자신이 스스로 생각하여 의미를 부여한 곳으로부터 생겨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주변을 기웃거릴 것도 없다.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각자의 몫, 그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즐겁게 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왜 나는 저 사람처럼 더 열정적이지 못한지, 왜 나는 저 친구처럼 빨리 성공하지 못하는지, 왜 나는 저 아이와 출발선이 뒤쳐진 기분이 드는 건지. ─ 사실 이런 것들이 우리 인생에서 정말 '행복'과 연관이 되는 것인가에 대해서는 고민해 볼 문제다. 단지 내 옆의 엇비슷한 사람을 뛰어넘기 위한 노력이 성취되고 나면, 우리는 또다시 목표를 상실하고 말 것이다. 그리고 또다시 거기서부터 출발선 삼아 다시 엇비슷한 누군가를 뛰어넘기 위해 우리의 인생을 허비하고 말지도 모른다. 러셀도 인정했듯이, 그러한 경쟁심이 우리를 발전시켜 온 것은 사실이지만, 러셀은 '중용'의 자세를 끊임없이 강조한다. 뭐든지 지나치면 해롭다. 나의 즐거움을 갉아 먹을 정도의 경쟁과, 나의 인생을 갉아먹을 정도로 돈을 좇는 것, 이만큼 어리석은 일이 있을까.





p253.

체념 역시 행복을 쟁취하는 데 일정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체념이 담당하는 역할은 노력이 담당하는 역할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현명한 사람은 막을 수 있는 불행을 감수하지도 않겠지만, 피할 수 없는 불행을 만나도 결코 시간과 감정을 낭비하지 않을 것이며, 피할 수 있는 불행이긴 하지만 그렇게 하기 위해서 들여야 하는 시간이나 노력이 보다 중요한 목적을 추구하는 데 방해가 된다면 그 불행을 감수할 것이다.





 그리하여 러셀은 '체념'이라는 단어를 꺼내든다. 어떻게 보면 너무나도 허무하고 허탈한 단어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우리의 목표는 '행복'이다. '성공'이 아니라. 불필요한 일에 쓸데없는 감정낭비 하지 않는 것. 설령 내가 피할 수 있는 불행이라 할지라도 나 자신의 우선순위를 만들어보고 어느 한쪽을 선택하고 나머지 하나는 버릴 수 있는 용기. ─ 그렇다. 어쩌면 체념은 능력없는 사람의 자기합리화가 아니라, 현명한 사람의 용기일지도 모른다. 




 수십년 전에 쓰여진 책이 이토록 현대인들의 삶과 닿아있는 게 실기할 따름인 책. 하지만 그만큼 느끼는 바도 많고 배울 점도 많은 책. 오늘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의욕만 앞세우고 우왕좌왕 좌충우돌 하고 있는 우리들에게 꼭 필요한 지침서가 아닌가 싶다.






완벽한 인간이 되고 싶다는 희망을 버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이 완벽하지 않다는 사실 때문에
심한 고통을 겪게 될 것이다.












p35.

미래만 주시하면서 앞으로 다가올 결과에 따라 현재의 의미가 결정된다고 생각하는 버릇은 위험하다.



p54.

나는 돈이 있으면 생계를 걱정하지 않으면서 여가를 즐기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현대인들은 돈이 있으면 그것을 이용해 더 많은 돈을 벌고, 돈이 많은 것을 과시하면서 이제껏 엇비슷하게 살던 사람들을 따돌린 채 호사스럽게 살기를 원한다.



p56.

나는 일정한 시점까지는 돈이 행복을 증진시킬 수 있다는 사실도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는 일정한 시점을 넘어선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 나는 성공은 행복의 한 가지 요소에 불과하기 때문에 성공을 위해서 나머지 요소들을 모두 희생한다면 지나치게 비싼 대가를 치른 셈이라고 생각한다.



p58.

성공한 것을 가지고 무엇을 할지 배워두지 않은 사람은 성공한 후에 권태의 먹이가 될 수밖에 없다.



p58.

습관화된 경쟁심은 경쟁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분야까지 쉽사리 침투한다.




p69.

어느 정도 권태를 견딜 수 있는 힘은 행복한 삶에 있어서 필수적인 것이다.



p71.

지나치게 잦은 여행을 하고 지나치게 다양한 인상을 심어주는 것은 어린아이들에게 좋지 않다. 이런 아이들은 자라서 어떤 성과를 얻기 위해서 반드시 견뎌야 하는 지루함조차 참지 못하는 어른이 될 수도 있다.



p86.

모든 종류의 두려움은 그것을 직시하지 않으면 더욱 심해진다.



p96.

매사를 비교하는 습관은 대단히 잘못된 버릇이다. 즐거운 일이 생기면 그 일을 충분히 즐겨야지, 그 일이 다른 사람에게 일어나는 일에 비하면 즐겁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머뭇거려서는 안 된다.




p97.

현명한 사람은 누군가가 가지고 있는 어떤 것 때문에 자신의 즐거움을 망치지 않는다.



p97.

질투는 도덕적으로나 지적으로나 일종의 나쁜 버릇이다. 질투는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사물 사이의 관계를 통해 보려는 데서 생긴다.




p100.

질투가 다른 계급과 민족, 다른 성간의 정의를 이룩하는 주요한 원동력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질투의 결과로 빚어진 정의는 자칫하면 최악의 것, 즉 불행한 사람들의 즐거움을 증가시키기보다 오히려 행복한 사람들의 즐거움을 감소시키는 결과를 낳는 정의가 되기 쉽다.




p134.

자기기만에 기초한 만족은 결코 확고하지 못하다. 그러므로 진실이 아무리 불쾌한 것일지라도 단호하게 그것을 직시하여 그것에 익숙해지고, 그 진실에 입각하여 자신의 삶을 구축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p179.

어떤 것에 열정적인 흥미를 가질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어떤 것에 대한 관심이 생기는 순간, 인생은 권태에서 벗어나게 된다. 하지만 삶에 대한 평범한 열정이 가져다주는 행복에 비하면, 대단히 특별한 관심은 그다지 만족스러운 행복을 가져다주지는 않는다.



p180.

훌륭한 인생이라면, 여러 가지 활동들 간에 균형이 이루어져야 하며, 다른 활동이 불가능할 정도로 한 가지 활동에 치우쳐서는 안된다.



p184.

진정한 열정은 망각하기 위한 열정이 아니다.



p190.

진정한 행복을 가로막는 가장 치명적인 것은 사랑에 대한 신중한 태도다.



p199.

두 사람이 서로에 대해 진정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랑, 서로를 단순히 자신의 행복에 도달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공동의 행복을 추구하는 결합체로 보는 사랑이야말로 진정한 행복에 이르는 아주 중요한 요소다.



p199.

세상을 완전히 즐기려는 사람은 지나치게 강한 자아라는 이름의 감옥에서 벗어나야 한다.



p224.

부자들 중에서도 영리한 사람들은 가난한 사람들처럼 열심히 일한다.



p246.

인생의 폭이 협소할수록, 우연한 사건이 우리 인생의 모든 의미와 목적을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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