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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약사 Sep 11. 2017

아무도 믿지 말라

《한비자의 관계술》 ㅡ 김원중








군주의 우환은 사람을 믿는 데서 비롯된다.
다른 사람을 믿으면 그에게 지배받게 된다.




 이 책은 한비가 역설했던 군주가 가져야 할 처세에 관하여, 고전학자 김원중씨에 의해 쓰여진 책이다. 그리고 이 책은, 그동안 내가 읽었던 수많은 처세에 관한 책들 중에서 가장 단호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군주'라고 하면, 조금은 시대착오적인 단어일지도 모르겠다. 요즘처럼 모두가 평등하고, 민주주의 이념을 표방하는 시대에 난데없이 '군주론'을 언급하는 것이 어색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이 책은 전반적으로는 어느 권력자의 처세에 관한 내용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과연 그것이 오직 거기서 그칠 내용일까.



 그렇게 그냥 시댁착오적이라는 단어를 붙이고 쉬이 넘겨버릴 그런 종류의 책이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비는 군주의 자세를 말하고 있지만, 그 안에 담긴 논리는 지금 당장 나에게도 바로 접목이 될 법한, 인간의 내면 깊숙한 곳까지 지켜본 혜안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지식의 어려움은
다른 사람을 보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보는 데 있다.




 한비의 논리는 매우 예리하고 통찰력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 바탕에는 인간에 대한 불신이 자리하고 있음도 부정할수 없겠다. 굳이 이분법적으로 말하자면, 성악설과 성선설 중에서 한비는 가차없이 성악설을 지지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비가 가장 강조하는 것 중의 하나가, 아무리 가까운 사람일지라도 '믿지 말라'는 것이다. 어쩌면 그것은 '나 자신'도 예외가 아닐지도 모르겠다. 그러하기에 한비는 끊임없이 스스로를 알고, 스스로를 절제할 수 있어야 하며, 그런 내공을 절대로 상대에게 내비쳐저도 안된다고 말한다.



 어쩌면 너무 삭막한 논리일지도 모르겠다. 아직 그래도 우리 주변에는 사람에서 사람으로 이어지는 따뜻한 온정이 있는데, 한비는 그런 것들에 속지 말고 항상 주의를 기울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는그런 그를 무자비한 사상가라고 감히 내칠 수는 없는 것 같다. 비록 그의 논리가 지나치게 부정적인 부분도 없지 않지만, 어쩌면 그것은 더 큰 부정적인 상황을 피하기 위한, 마치 모든 댐은 무너질수 있으니 항상 갈라진 곳은 없는지 구멍난 데는 없는지 살피라는 조언과 별반 다르지 않을지도 모르니까.





p195.

나이는 그냥 먹는 것이 아니고, 경험은 아무 짝에 쓸모없는 것이 아니다. 젊은 세대의 빛나는 아이디어도 좋지만, 실패와 좌절의 위기를 몇 번씩 넘나들며 쌓은 연륜도 무시되어서는 안된다.




 분명 우리의 현세대는 한비가 살았던 세대와는 천양지차일 것이다. 그렇다고 고전을 무시할 것인가. ─ 절대 아니다. 인간의 삶은 그 양상은 조금씩 달라져 왔을지라도 그 본질은 시대를 아울러 묘하게 닮아 있다. 그러하기에 우리는 지금의 사회와는 너무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그 옛날 시대의 기록을 찾아보고 연구하고, 그렇게 우리 인간을 탐구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우리에게 고전은 그저 액면그대로 '낡은 것'은 결코 아니다. 그 옛날 이 사상가의 논리가, 지금 내 인생에 어떤 식의 깨달음으로 다가오는 것인가 ─ 그것은 읽어보면 느끼게 된다. 






p341.

한비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사람을 볼 때 겉으로 드러나는 것이 전부 진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모습이 어떻게 비쳐질 것인가를 생각하고 행동하기보다 개인의 공로가 드러나지 않더라도 현재 있는 곳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p18.

자신의 행동과 말을 통제할 줄 아는 군주야말로 상대에게 두려움을 주는 존재다. 감정을 억제하고 고뇌를 숨기며 때때로 자신의 감정과 상반되게 행동하는 그런 존재가 되어야 한다.



p54.

대도는 정도다.



p83.

스스로를 이기는 것을 '강'이라 한다.



p98.

자기 능력으로 모든 것을 다 하려는 리더는 무능함 이상이라는 것.



p118.

무거움은 가벼움의 근본이고, 고요함은 경박함의 주군이다.



p139.

아는 것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아는 바를 처리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것이다.



p148.

불행이란 행복한 상태에서 생겨나는 것이다. 행복 안에 늘 불행의 싹은 숨어있다.



p207.

세상 모든 일은 사슬처럼 연결되어 있어서 당신이 어떤 이익을 좇으면 분명히 그 뒤에 더 강력한 누군가가 당신을 주시하고 있을 것이다.



p208.

한비는 군주 상을 세 등급으로 나뉘었다. 최하의 군주는 자신의 능력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것이며, 중간 등급의 군주는 남의 힘에 기대는 군주이며, 최상의 군주는 자기의 지혜와 남의 지혜를 함께 활용하는 자다.



p210.

누구와 함께 있느냐가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누구와 상의를 하느냐에 문제가 있다.




p220.

한비는 감정적인 인간이야말로 가장 위험하고 믿을 수 없는 존재라고 했다. 한비는 무슨 일이 발생하여 그 배후를 알고자 할 때 수혜자가 그것을 관장하고 있는 법이므로 해를 입는 일이 있거든 반드시 입장을 바꾸어 누가 이익을 얻고 있는가를 생각해보아야 한다고 했다.




p223.

자신의 지혜를 버려야 총명해질 수 있고, 용맹을 버려야만 강해질 수 있다는 명제는 자신이라는 울타리에 사로잡혀 통찰의 기회를 잃어버리지 말라는 경고다. 자신을 과신하지 않음으로써 자신의 역량을 오히려 더 극대화할 수 있는 것이다.




p236.

재앙 중에 만족할 줄 모르는 것보다 큰 것은 없다.



p258.

천하에는 확실한 도리가 세 가지 있는데, 첫째는 지혜롭다고 해서 공적을 세울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둘째는 힘이 있다고 해서 들어 올릴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셋째는 강하다고 해서 이길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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