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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약사 Sep 14. 2017

나와 너와 우리 모두의 이야기

《우리 집 문제》 ㅡ 오쿠다 히데오





모든 가정이 나름대로 문제를 안고 있다.
그러나 일상에서는 조금도 그런 티를 내지 않고
조용히 살아가고 있다.






 오쿠다 히데오. 나는 그를 참 좋아한다. "공중그네"라는 단 한권의 책만으로 나를 매료시킨 이 작가의 매력은 바로 그 단순함과 쾌활함이 아닌가 싶다. ─ 그렇다.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은 참 즐겁다. 보는 내내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소설. 어려운 단어나 미사여구로 독자를 억지로 끌어들이려고 하지 않는다. 누구나 쓸 수 있을 법한 단순한 문체로 툭, ─ 그 서슴없고 편안한 분위기에 그저 독자가 젖어드는 것 뿐일 것이다.




 혹자는 너무 단순하고 너무 해피엔딩 아니냐며 피식, 거릴지도 모르겠다. 현실감각 없는 판타지에 불과하다고. 하지만 영화에 관한 취향에서도 나는 그렇다. 냉철한 현실인식을 가지고 암울한 사회비판을 여실없이 보여주는 류의 영화보다, 그래도 그러한 현실에 대해 무조건 칼을 들이대고 휘젓기보다 행복하게 극복해내는 그런 이야기가 좋다. 굳이 현실을 여실없이 보여주고 싶다면, 사회비판이나 정치비판류 영화보다 <태풍이 지나가고>나 <바닷마을 다이어리>,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류의 영화가 더 내 취향이다.



 어쩌면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도 그렇다. 바로 이전에 리뷰했던 김영하씨의 소설과 모든 부분에서 판이하게 다르다고 볼 수 있겠다. 김영하씨의 소설은 예리한 현실감각으로 그 현실의 깊은 암흑과 고통 속으로 독자를 끌어내리고 독자로 하여금 그 순간을 목도하게 만드는 부분이 있다면, 오쿠다 히데오는 그저 독자와 함께 회전목마를 타는 기분으로 현실을 보여 준다. 뭔가 어지러운 것 같지만, 그게 요지경같은 현실이지만, 그래도 기분좋은 음악이 흐르고, 모두가 즐겁게 살아가는 느낌.





p314.

우리 언니는 아이가 둘 있는 전업 주부인데요, 저를 만날 때마다 한숨을 푹푹 쉬는 거예요.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너는 너 자신의 목표가 있어서 좋겠다, 가사나 육아는 아무리 열심히 해도 성적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누가 칭찬해 주는 것도 아니잖니' 그러더군요. 인간이란 참 골치 아픈 존재죠?





 오쿠다 히데오의 이번 소설은, 제목 그대로 우리 "집"이야기다. 회사에서 겉돌고 인정받지 못하는 남편을 걱정하는 아내, 사람이 너무 좋아서 회사 내 업무를 혼자 다 떠맡는 바람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가장, 부모가 이혼위기에 직면해 있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된 남매, 친구같은 부부에서 갑자기 남편이 잘나가는 작가가 되어버린 전업주부, 명절을 맞아 비행기까지 타 가면서 시댁과 친정을 방문하는 어느 부부 이야기 ─ . 우리 주변에서 충분히 일어날 법한 이야기들이며, 동시에 우리 자신에게도 충분히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 하지만 쉽게 세상 밖으로 드러나지는 못하는 이야기들과 인물들의 내면묘사. 오쿠다 히데오는 그런 이야기들을 다뤘다.



 같은 스토리를 두고도 분명 그러한 사회를 처절하게 비판하고 갈기갈기 그 속을 헤집어 놓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오쿠다는 ─ 언제나 늘 그랬듯이 ─ 그런 방식을 취하지 않는다. 이런 현실을 우리는 어떤 마음으로 살거냐, 라는 문제에 대해 오쿠다식으로 풀어놓았다. 웃음과 배려와 따뜻한 시선으로.





그것 또한 인생이다.
의자 뺏기 게임에서 졌다고
행복까지 빼앗겨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 참 따뜻하다. 그의 시선은 언제나 참 따뜻해서 배시시 웃음이 난다. 같은 상황에서도 비관으로 빠져버리는 우를 범하기 보다, 자기자신에 대해서 측은지심에 빠져 우울함에 젖어들기 보다, 그는 언제나 웃음을 택했다. 가족이라면, 적어도 가족이라면 우리는 같은 편에 서야 한다는 것. 누가 더 희생하고 누가 더 애썼는지 저울에 매달지 않는다. 손해보기 싫은 마음으로 저울추만 가만히 쳐다보면서 눈치싸움 하지 않는다.




 어떤 상황이 되더라도 어떻게든 상대를 도와줄 방법을 찾는다. 물론, 처음 그 상황을 접하는 순간에는 어찌할 바를 몰라 당황하고 방황한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 지지 않는다. 자기자신만의 방법을 찾고, 그 방법이 상대에게, 그리고 본인 스스로에서 어떤 변화를 주는지 가만히 지켜본다. 나 이렇게 잘 했지?, 라고 나대고 생색내는 것 하나 없이. 현 상황에서 가족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조심스럽게 찾아본다.




해답은 없다. 가족에게는 매뉴얼이 없다.



 해답은 없지만, 노력은 존재하는 것. 그리고 그 노력이 어느정도의 성과를 발휘하고 가족이 제대로 된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 것임을 짐작하게 해주는 것. 오쿠다 히데오가 보여주는 '우리 집'들의 모습이다.




 역시나 너무 "Happily Ever After" 일지도 모른다. 디즈니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그리고 모두모두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로 끝나는 문구 같아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그게 뭐 어때서 ─ . 왜 항상 현대소설들은 현실을 비판해야 하고 예리하게 지적해야 하고 그 끝은 해피엔딩이 아닌 찝찝하게 끝나야만 '현대적'인 것인가. 현실이라는 커다란 원안에는 비극도 있고 희극도 있다. 음울하고 헤어나올 수 없는 암흑의 구렁텅이 같은 부분도 있지만 그런 암흑만 보는게 현실적인 것은 아니지 않는가. 문학작품도 반드시 그런 구렁텅이를 헤집어 놓아야만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우리는 모두 행복해질 권리가 있다. 우리는 인생의 밝은부분을 찾아내서 세상을 긍정적으로 볼 권리가 있다. 나는 오쿠다 히데오 소설을 읽으면서 행복해지고, 또한 나의 삶 역시 행복해질 가능성을 새삼 느낄 수 있다.



 오쿠다 히데오는 이번에도 역시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소설을 거침없이 내어 놓았다. 나는 그런 그의 단순하고 쾌활한 면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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