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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약사 Dec 19. 2017

추운 겨울날, 마음까지 스며드는 훈훈함

《참 좋은 당신을 만났습니다》 ㅡ 송정림






 요즘 날씨가 너무 추웠다. 가을내내 잘만 읽히던 책들도 손이 꽁꽁 얼어버린건지, 뇌세포가 얼어버린건지, 이상하게 읽혀지지 않는 시간들이었다. 이불에 폭 감싸인 채로 잠이 안오는 어느 밤을 보내던 중, 뭐라도 읽어야지, 라는 생각으로 손을 뻗어 든 책이었다.



 송정림. 나는 그녀의 <내 인생의 화양연화>라는 책을 마음에 들어했었다. 아주 개인적이고, 아주 솔직하게 말하자면, 아주 좋은 글을 쓰는 작가라고는 말 못할 것 같다. 정확히 말하자면, 문학적으로 매우 높은 가치가 있는 글이라든가, 정말 가슴에 와서 알알이 박히는 그런 류의 글을 쓰는 작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 다시한번 말하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입장의, 그리고 문학적인 소양이 높지 않은 어느 비루한 독자의 말일 뿐임을 강조하고 싶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녀의 책에 종종 손을 뻗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렇다. 그녀의 글은, 그녀의 책들은 하나같이 다 따뜻하다.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 . 눈이 소복하게 쌓인 추운 겨울 날의 어느 시골의 기차 대합실. 추위에 꽁꽁 언 채로 그 대합실에 발을 들여놓자마자 느껴지는 훈훈함. 가운데 피워놓은 난로에서 솟아나오는 따뜻함. 바깥 세상과 분리된 전혀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은 기분. 따뜻한 대합실 안에서 유리창을 통해 눈 덮인 바깥 세상을 보면 살짝 낀 서리와, 난로의 포근함으로 밀려오는 나른함에, 마치 꿈을 꾸는 듯한 기분. ─ 내가 느끼는 송정림, 그녀의 글을 이런 느낌이다. 분명히 현실인데, 분명히 현실임에도 불구하고, 어딘지 모르게 몽롱하게 벗어난 행복감. 따뜻함. 포근함. 





행복의 기준은 과연 무엇일까요?
내가 하는 일,
내 곁에 있는 사람,
내가 머물고 있는 이 시간을
소중하게 여길 줄 아는 것,
그것이 행복의 유일한 조건은 아닐까요?






 분명 혹자는 그녀의 글을 유치하다거나, 뻔하다거나, 그저그런 판에 박힌 이야기 쯤으로 치부할지도 모른다. 나도 마음에 심술이 날 때는 그렇게 받아들이기도 하니까. 하지만 그녀의 책들은 그렇게 읽혀서는 안될 것이다. 세상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법. ─ 그녀는 항상 그곳에 초점을 맞춰두고 있다. 각박한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는 늘 애써 그런 눈을 거두어버리기 일쑤인데. 그러하기에 우리는 그녀의 글을 읽으며 다시금 따뜻한 눈을 상기시켜야 하는 걸지도 모른다.




 요즘처럼 한기가 뼛속가지 스며들 때, 그녀의 글은 따뜻한 차 한잔처럼 우리의 몸과 마음을 녹여주지 않을까. 세상에 대해 항상 냉철하고 차가운 시선으로만 바라보지 말고, 따뜻한 코코아 같은 마음으로 우리의 몸과 마음을 훈훈하게 데워야 할지도 모른다. 그것은, 세상이 우리에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이 먼저 그런 눈으로 바라보아야 할 일일테니까. 마치 그것은 라비앙 로즈. 붉은빛 와인잔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세상이 분홍빛으로 보이는 것처럼. 인생이 장미빛인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인생을 장미빛으로 바라보아야 하는 것이니까.










p105.

살아 계실 때 찾아뵈어야 합니다.

들으실 수 있을때 고백해야 합니다.

느끼실 수 있을 때 손을 잡아야 합니다.

'나중에 해야지'하고 미루면 후회만 남습니다.

나중이라는 다짐은 그렇게 허무하게 스러지고 맙니다.




p114.

어머니 곁에 있을 수만 있다면, 어머니 얼굴을 더 볼 수만 있다면, 그저 어머니와 함께하는 시간만이 인생을 걸 만한 커다란 소망인 사람들도 이 세상에는 참 많습니다.




p131.

우리 일상의 벼랑 한쪽 옆에는 항상 기차의 철로가 깔려 있다.

ㅡ 최수철, 《얼음의 도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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